바보 예수
글/생명강가(2010.12.25)
시작이 없으신 하나님께서
사람의 육신을 입고 오셨으니
세상은 성탄절을 즐겨도
생일이 없으신 바보 예수
하늘에서 온 생명의 떡
떡집 베들레헴에서 나시고
마구간의 구유에 누우시니
짐승들의 밥이 되시나?
오병이어 기적을 아는데
돌인들 떡덩이로 못 만드실까?
바다 위를 걸으신 분이
성전인들 못 뛰어 내리실까?
하늘권위 다 버리시고
멸시와 채찍질 당하시며
열두 군단의 천사도 잠잠케 하시고
십자가에 오르는 바보 예수
첫 눈
글/생명강가(2010.12.16)
밤새 창문이 들썩일 정도로 공허한 바람만 불어와 당신이 온다는 소식은 헛소문이었나 했습니다. 그분은 온유한 분인데 매서운 찬바람만 몰아치니 다른 이가 오시나 했었지만 벌써 창밖에 계시네요. 올 봄 큼지막한 복사꽃들 어디로들 갔나 했더니 함박눈꽃 되어 하늘서 내려오니 온 세상 환하게 밝히네요. 당신이 오는 길목마다 어이 그리 혹독한지요? 천사들 청소하는 소리였나요? 이제는 평화의 왕국입니다.
은장도(銀粧刀)
글/생명강가(2010.12.13)
나에게는 참 남편이 있으니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마세요.
행여 달콤한 말도 안 돼요.
내 마음은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전에는 내가 고멜처럼 살았으나
엄위하고 신실하신 그분을 만나
이제 여리고의 라합이 되었어요.
내 창에는 이미 붉은 줄을 내렸습니다.
누구든지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하면 살 것이라 했으니
정절로서 그분을 따르기 위해
내 가슴에 은장도를 품었습니다.
그분은 나를 위해 죽으셨으니
나도 그분을 위해 죽기를 원하여
허탄한 생각이 들어올 때마다
순간순간 이 은장도를 꺼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