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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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라지 타령 

글/생명강가(2010.2.3)




입춘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삽을 들고 텃밭으로 나가면서도 아직 땅이 얼어붙어

있을 것만 같아 내심 걱정이 된다.


감기로 며칠 동안 고생하신 문장자매님의

어려운 부탁인데 땅이 얼어 괜히 헛걸음이라도 치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선다. 나는 광에서 삽을 꺼내오며
옆의 채마밭을 푹 찔러보지만
돌덩이 같이 단단한 땅이
나를 더욱 조바심 나게 했다.


나는 처음 캐보는 도라지인지라

아직도 몸이 편찮으신 자매님이 돌돌 목도리까지 감고

따라 오시는 것을 말리지 못 하였다.

오늘 꼭 캐야한다는 도라지 밭은 다행히 남의 집
돌담 밑의
양지바른 곳이어서 삽이 푹 들어간다.


남편께서 돌아가신 후에는 한 번도 손을
못 대
었다니 묵은 도라지가 적어도 삼사 년,
오래된 것은 십년도 넘
었다고 하시며
자매님은 무조건 땅을 깊이 파라고 하신다.

십년쯤 묵은 도라지는 웬만한 동삼보다

좋다고 하셔서 나는 힘껏 땅을 파 헤쳤다.

아무리 조심해도 삽날에 도라지가 잘라지며

묵은 도라지의 독특한 향기가 진동을 하니

자매님의 말씀이 진담이러고 느껴졌다. 

도라지들이
드디어 속살을 드러내었다.

칡 캐는 것보다야 낫지만 정말 삽자루까지

제법 깊이 들어가서야 캘 수 있는 묵은 도라지는

어찌나 굵고 길던지 한 평도 채 안 되는 곳에서

벌써 큰 광주리에 하나 가득이나 캤다.


자매님께서 이 도라지와 배를 함께 달여서
드시고
감기도 낫고 오래오래 건강하시면 좋겠다

생각하니 전혀 힘든 줄도 모르고 흙을 뒤집을 때마다

드러나는 도라지를 마냥 기쁘게 주워 담았다.


어? 그런데 사실은..
옆에서 큰 도라지 한 뿌리를 든
자매님께서
혼자서 하시는 말씀이 요즘 들어
큰 딸이 감기로
계속 기침을 하는데 병원 약을 먹어봐도
소용이 없고,
누가 배와 도라지를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여
미안하지만 형제님께 어려운
부탁을 해서
이렇게 급히 도라지를 캔다고 하신다.


어이그.. 그러면 그렇지, 자신을 위해서는
어지간해서
누구에게 아쉬운 부탁을 안 하시는 분인데

그 딸을 위해서 몇 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어젯밤 나에게 어렵게 부탁을 하셨던 것이었다.

순간 허탈감이 생겼지만 나는 그런 자매님이 더 좋다.


내친김에 도라지를 우물가에 붓고 대충 흙물을 빼내고

자매님과 나는 마침 오일장이 서는 문장에 나가

명절 전 가뜩이나 비싼 배를 두 상자씩이나 사고

은행 알 한 되박과 우슬초 뿌리를 약간 사 놓고

시장 어귀에서 추어탕 한 그릇씩 사 먹으며 모자지간처럼

볼일 다보고 돌아 들어와서 다시 새새히 솔질해 가며

도라지를 씻고 배도 깨끗이 씻어 조각내어 건강원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해 드리고 나서 일을 끝났다.


워낙 깔끔하신 자매님은 도라지의 약효가 다 빠질 정도로

몇 번이고 행구고 또 행구니 다려 먹을 것이니 대충하자는
나와
실갱이를 벌이면서도 정성껏 씻어 내신다.

덕분에 맨 손으로 도라지를 씻은 내 손이 그 약효로

갑자기 왕자님 손보다도 더 품위있고 부드러워졌다.

지금은 아니지만 정말 도라지처럼 그 순간 내 손은

아름답게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모든 사람에게 좋다는 그 도라지와 배 중탕을 먹는

자매님의 자녀분들이 이로 인해 그리스도의 사랑까지
함께 마시고
하늘의 보좌에서 흐르는 생명수의 강에도
참여하기를
은근히 기도해 본다.



백합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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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합칼국수

글/생명강가(2009.12.24)




연말이 다가오는 어느 날,

교회 안에 새로 연결된 자매님을 모시고

장성형제님이 운영하시는 의원에 들러

지치고 아픈 우리들의 몸은 치료를 받고

마음은 영적인 안식을 누리고자 나섰습니다.


함께 동행하던 우리 형제자매님들은

어떤 지체는 찬송을 불러주고

또 어떤 지체는 계시의 말씀을 나누며

또 다른 지체는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가 하면

우리 모두 오고가는 차 안에서

친구처럼, 가족처럼, 아버지처럼,

각각 기능을 발휘하여

자매님을 따뜻이 품었습니다.


여자는 아기를 낳아 보아야 비로소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영적인 새로운 아기가 태어나고 보니

우리에게 전에 없었던 젖이 저절로 흘러나오고

우리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쁨과 같이

새로운 지체를 그렇게 돌보았습니다.


영적인 아기가 태어나니 먹는 것까지도

평상시처럼 간단하게 아무 곳에서나

일반적인 방법으로 먹어서는 안 되는가 봅니다.

나는 한 자매님의 강청하는 눈빛 때문에

멀리 고창 땅의 구시포 항이란 곳까지 찾아가서

드넓은 모래갯벌이 펼쳐진 아름다운 바닷가의

강태공들에게 알려진 방파재 다리 길을 따라

기어이 속살이 백합꽃처럼 예쁘게 피어있는

백합칼국수를 먹고 와야만 했습니다.


결국 이런 우리의 호의에 감동하여

그 맛있는 칼국수 값을 새로 오신 자매님이

먼저 지불해 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오늘 하루 종일 우리의 마음은 진하고 영양가 넘치는
백합칼국수의 독특한 향과 함께

겨울바다 위를 마음껏 훨훨 날았습니다.


이제부터 구시포항의 백합칼국수를 먹으러

자주 이곳에 와야 하겠습니다.

만일 우리 가운데 새로운 지체들만 생긴다면
매일 바지 걷어붙이고 모래 갯벌을 뒤져서라도
백합칼국수를 만들어 내지 못하겠습니까?

하늘의 별인들 못 따오겠습니까?



말씀의 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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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의 입맛

글/생명강가(2009.12.20)




오늘 주일 집회가 끝나고

어느 자매님이 가져온 백김치가 맛있다고 하니

일부러 다 그 자매님 댁으로 몰려가

한 봉지씩 싸들고 각자 흩어졌다.


영광지방에는 큰 눈이 내려서

길이 미끄럽고 손목을 다치신 문장자매님이

그 김치 봉지를 들고 가실 수 없어서

내가 댁에까지 모셔다 드리게 되었다.


차 뒷좌석에서 세 분의 자매님들이

‘내가 아니요 그리스도’라는 가사의 찬송을

부르고 또 배우며 즐겁게 가시더니


갑자기 문장자매님이 하시는 말씀이

자매님의 생신을 맞아 수원의 큰 딸네 집에 가서

지난 주일날 일반 기독교 집회에 참석하시게

되었다고 하셔서 자매님들이 찬송을 멈추고

노 자매님의 말씀을 경청하였다.


예전에도 한동안은 기독교 생활을 잘하셨던

자매님이시기에 그 입에서 나온 첫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호기심을 일으켰다.


지난 주일날 식구들과 함께 어울려

한편으론 큰 기대를 하고 딸네 온 가족이 다니는

예배당에 나갔는데 찬송 두어 곡 부르고

목사님께서 잠깐 설교를 하시는가 했더니

너무나 허무하게 집회가 끝나 버리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악수를 하며 웃고 나오지만

자매님은 혼자 너무나 허망한 마음이 들어서

딸에게 그 느낌을 잠깐 얘기 했더니

요즈음 우리목사님의 말씀에 은혜가 많이 떨어져

그렇다고만 하더란다.


그러시며 자매님의 하시는 말씀이

우리 영광교회는 수가 몇 안 되어도

신언집회 때 메시지 제목만 누려도

그 말씀을 다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 맛은 교통하면 할수록 쫀득쫀득 진한 맛이 나는데

그 예배당에 들어설 때 보기에는 좋게 잘 꾸며졌으나

참 허망한 꼴을 다 보았다고 말씀하신다.


회복되신지 3년 째 되신 노 자매님은

진리의 말씀을 쉽게 표현해 내지 못하신다 하더라도

말씀의 깊은 맛을 이미 누리고 계신 것이었다.


‘교통하면 할수록 쫀득쫀득 진한 맛’

노 자매님의 그 구수한 표현이 너무 재미있어서

드러내 웃을 수는 없고 실소하고 말았지만

자매님 댁을 다녀오고 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 느낌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