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
글/생명강가(2007.5.16)
봄기운이 완연히 깃든 산등성의
연초록빛 빛깔을 머금은
잔잔한 불갑저수지 물가에
물총새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잰 걸음으로 바삐 고갯짓 하며
먹잇감 찾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를 훔쳐보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피라미라도 발견했는지
손살 같이 머리를 물속에 쳐 박더니만
곧장 하늘을 보며 길고 뾰족한 부리를
탁탁 부딪치며 뭔가를 삼킵니다.
물총새는..
저렇게 열심히 먹탐을 부리는데
왜 몸집은 조그맣고 또
다리는 이쑤시개 마냥 가늘까?
의아하게 생각하며..
한참동안 늦은 오후 봄빛에 유난히
반짝이는 저수지의 수면과
큰 물고기 모양의 건너편의 요나카페 모습 등
주위 풍경에 심취되고 있었습니다.
문득 나의 모습도
하나님이 보실 때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는
저 물총새의 모습은 아닐까?
눈코 뜰 새 없이 뭔가를 찾아 골몰하고
또 쫓아다니며 얻어 보지만
그래봤자 하루 세끼 먹고
그것도 때론 포만감에 거북스러워하는
한낮 미물 같은 작은 존재인 것을
새삼 느껴봅니다.
잠시 고독이 밀려오며
숨이 멎을 듯 하는 고요한 정막이 흐르면서
이미 물총새도
시야에서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이
내 귓가를 건들지 않았다면
불갑저수지와 함께
나는 액자에 박힌 한 장의 풍경화처럼
거기 멈추어 버렸을 것입니다.
그때 세미한 주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김형제 뭐가 그리 바빠?’
‘.....’
‘나랑 얘기 좀 하면 안 될까?’
‘.....’
‘뭘 찾고 있는데?’
‘.....’
‘김형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좀 서글퍼진다.’
‘?.....’
‘김형제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해?’
‘.....’
‘혹시 나에게 없는 걸 찾고 있는 거야?’
‘.....’
‘그것이 무엇이야? 응?’
‘.....’
‘어휴~ 내가 무능해? 말해봐!’
‘.....’
‘아니면? 김형제 바보 아냐?’
‘.....?’
‘오늘은 결판을 내자!’
‘결판..? 우와? 죄송해요..안돼요!!’ 속으로 소리치며
나는 그때서야 꿈에서 깬 듯
몸을 추스려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언제 치매검사 좀 해봐야겠습니다. ^^
아들의 편지
글/생명강가(2007.5.10)
아버지...
사랑스런 둘째 기하예요.
어버이날인데 뭐 특별히 해드릴 것도 없고
이렇게 편지를 써 봅니다.
언제나 우리 가족을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요즘 제가 철이 들어가는지..
이런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어렸을 적에는 가장 엄하신 아버지였고
지금은 오랜 친구 같은 아버지..
정말 우리 가정을 생각하시고
우리 가정을 위해 힘쓰시고
언제나..
자신보다는
가정을 먼저 위하는 아버지를 느낍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철없을 때의 저는 몰랐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시선으로만 바라본 아버지는
한없이 작기만 한 아버지였습니다.
힘없는 뒷모습이 보이고
움츠러든 어깨가 눈에 들어오고
그런 아버지가 미울 때도 많았습니다.
철없을 때의 저는 그러했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조금만 더 들여다봤다면
그런 생각은 할 수 없었을 텐데...
한번더 생각해 보니
그것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멋있고
따뜻하고 큰 사람이라는 것을..
한번더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고...
한번더 경험해 보니
아버지가 하시는 생활이 답답하지 않았고...
아버지를 닮아보니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욱 더 많았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의 생활은 참으로 편안하고
마음에 휴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제 보니 아버지는
참으로 좋은 표본이셨습니다.
아버지..
아직은 아들이 부족하고 나약하고 힘이 없지만
아버지 기대에 보답하고
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들 기하 올림
주바라기
글/생명강가(2007.5.4)
시속 80km로 22번국도 영광-광주간 새로 난
4차선 도로를 자동차로 달릴 때 전방 20m 지점에 있는
어둠이 차의 진행 속도에 맞춰 신속히 뒤로 물려나기를
밀재터널을 들어서기까지 약 4~500m나 계속 되므로
나는 대낮이어서 전조등을 켠 것도 아니고
자동차도 헌차여서 빛이 반사될 정도도 아닌데?..하며
이상히 여겨 공중을 보았더니 세차게 부는 바람과 함께
구름이 몰려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성경에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요”라고 하더니 “오호라~ 정말이구먼!”하고
의기양양하게 영광과 장성을 넘나들며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지 2년.. 그리고 장성 열린의원의 O형제님과 동역하여
침술치료를 통한 복음집회를 시작한지 꼭 6개월이 되는
지난주 목요일까지 주님의 은혜로 그동안 21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집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집회에 참석한 전체 명단을 5개 지역으로 나누어
작성해 보니 영광 현지인을 중심으로 총 110여명이나 되고
그 중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분이 계신가 하면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2~30명은 꾸준히 집회에 참석해서
주의 이름을 부르고 말씀과 찬송을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엔 침 맞을 목적으로만 오신 분들에게 지속적으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설펐는지..
함께 참여했던 형제조차도 주님의 인도하심이 없다고
뒤로 물러나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3~40분의 시간을 할애하여
침술치료 전에 갖는 집회가 얼마나 성숙되고 진지한지
집회를 대할 때마다 기쁨이 충만하고
주님의 넘치는 공급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복음전파에 나섰던 역대의 모든 성도들이
이런 기쁨으로 살았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복음의 영은 불타지만 복음 전하는 자로 쓰기에
부족한 저부터 긍휼히 여기사 우선 가장 신속히
성숙시켜 주시려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보니 누군가가 복음을 전할 때 생명이 성숙된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
아무튼 이래저래 복음을 들고 왕국복음의 불모지로
뛰어든다는 것은 우리의 일생에 꼭 한번만이라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일임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내가 전시간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거나 오늘날 사역의
흐름을 따라 다만 작은 도시로의 이주부담을 갖는 정도로는
이주 후 많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이 길은 십자가의 길이며 세상 모든 것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잃어버리고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자기의 옳음이나 의견 그리고 기준을 갖고
그것을 교회 안에서 관철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간다 해도 씨름할 상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재미없어 곧 떠나고 말 것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주님은 저에게 영광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셨으며 주님 외에 다른 것을 바라본다거나
그 어떤 것도 의지하지 못하게 가르치셨습니다.
이곳 영광은 지속적으로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침례 주는 문제와 그들을 교회생활 안으로 이끌기 위해
영광교회 간증선포를 두고 호남권역 교회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몸 안에서 각지에 계신 지체들의 기도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