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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김 용 화
너는
지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내에게 날아온 천상의
선녀가
하룻밤 잠자리에 떨어뜨리고 간 한 떨기의 꽃
내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느냐고 물었을 때
이런 시 한편 써 주는 부모는 어떨까요?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아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 잡을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어린이날 사랑하는 자녀를 향한
시 한편 어떠세요?
제발 좀 들어 보세요
제 말 좀 들어보라고 부탁했더니,
당신은 충고부터 합니다.
제 부탁은 들어주지 않는군요.
제 말 좀 들어 보라고 부탁했더니,
당신은 이유부터 설명합니다.
제 느낌은 그게 아닌데
제 감정은 생각도 안 해 주시는군요.
제 발 좀 들어 보라고 부탁했더니,
당신아 나서서
제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는군요.
저를 망치시는군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들어보세요,
제가 바라는 건 그것 뿐,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고,
제발 좀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