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지빠진 알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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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동화 <강함>

 

 

꽁지 빠진 알록이

 

박 명 희

 

봄 햇살이 따스합니다.

엄마 닭은 둥지에서 일어섰습니다.

다리가 휘청거립니다.

달걀을 품고 있느라 21일 동안이나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삐악삐악”

엄마 닭이 일어난 둥지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들이 삐악거립니다.

모이를 주려고 왔던 할머니가 병아리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이구, 드디어 병아리들이 깨났네.”

할머니는 밭으로 달려가 싱싱한 시금치를 뽑아왔습니다.

“수고했다.”

할머니는 엄마 닭에게 맛있는 시금치와 물을 주었습니다.

“하나, 둘, 셋,…… .”

할머니는 병아리를 세어봅니다.

노랑 병아리 여섯 마리에 알록달록한 병아리가 한 마리 있습니다.

병아리들이 나들이를 시작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텃밭에 가서 흙을 파헤치며 놀기도 하고

노란 개나리꽃이 핀 담장 밑에서 해바라기도 합니다.

어떤 병아리들은 커다란 진돗개가 낮잠을 자고 있는 곳에 가서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알록이는 엄마 뒤만 졸졸 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너도 다른 애들처럼 여기저기 구경을 하렴.”

“싫어요. 전 엄마가 좋아요.”

엄마는 그런 알록이가 귀엽습니다.

하지만 알록이를 그렇게 약하게 키울 수는 없습니다.

“넌 수탉이 될 수평아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엄마는 알록이 머리를 콕 쪼았습니다.

“엄마, 아파요.”

알록이는 종종걸음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다 널 위해서란다.”

알록이를 쪼아 놓고 엄마는 마음이 아픕니다.

해가 지자 엄마 닭은 병아리들을 데리고 닭장 안으로 돌아왔습니다.

병아리들은 종종 걸음으로 엄마를 잘도 따라옵니다.

“하나, 둘, 셋, … 일곱. 다들 돌아왔구나.”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뭔가 휙 바람소리를 내며 닭장 안으로 달려들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뒤에 있던 병아리 두 마리를 낚아챘습니다.

족제비였습니다.

“안 돼!”

엄마는 족제비를 보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병아리들도 삐악삐악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할머니가 엄마 닭과 병아리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왔습니다.

할머니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족제비는 재빠르게 숲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이런, 이런,”

병아리 두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할머니는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내가 빨리 나와서 닭장 문을 닫았어야 했는데…… .”

 

그 후부터 알록이는 아예 엄마 뒤만 졸래졸래 쫓아다닙니다.

엄마는 겁이 많은 알록이를 보는 것이 속상합니다.

어제는 생쥐 두 마리가 닭장에 들어왔습니다.

“윽, 저, 저게 뭐예요?”

알록이는 비명을 지르며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병아리보다도 작은 생쥐를 보고 덜덜 떨고 있는 알록이를 보고 엄마는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잘 봐. 너보다 작은 생쥐다. 저 생쥐가 무서운 거냐?”

“갑자기 나타나서요.”

알록이는 좀 부끄러웠는지 우물쭈물했습니다.

석 달이 지났습니다.

알록이 머리에 붉은 벼슬이 생겼습니다.

“다른 애들에게는 안 생기는데 왜 나만 생겼어요?”

“그건 네가 수탉이기 때문이란다. 넌 이제 암탉들을 보호해줘야 한다.”

그러자 알록이는 수탉이 되기 싫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엄마는 어이가 없었지만 알록이를 타일렀습니다.

“억지를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란다. 넌 틀림없이 용감한 수탉이 될 거야.”

다시 족제비가 나타났습니다.

“애들아, 족제비다 빨리 몸을 숨겨라!”

엄마 닭이 소리쳤습니다.

병아리들은 횃대로 날아올랐습니다.

족제비는 병아리들이 횃대로 올라가버리자 엄마 닭을 덮쳤습니다.

“꼬꼬댁!”

엄마 닭은 비명 소리를 내고 기절해버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덤벼 나한테 덤비란 말이야.”

겁쟁이 알록이가 나선 것입니다.

“아쭈!”

족제비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푸드득.’

알록이는 날아오르면서 부리로 힘껏 족제비 머리를 쪼았습니다.

“아얏!”

화가 난 족제비는 알록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알록이가 더 빨리 족제비의 머리를 쪼았습니다,

“이 쬐끄만 게!”

화가 난 족제비가 도망하려는 알록이의 꽁지를 물었습니다.

모두들 알록이가 족제비에게 물려죽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알록이는 꽁지를 물린 채로 휙 돌아서더니 족제비의 눈을 쪼았습니다.

“아야야!”

족제비가 비틀거리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모두 함께 덤비자!”

알록이가 외치자 횃대로 도망했던 병아리들이 모두 족제비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래 모두 함께 덤비자.”

“이것들이!”

병아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부리로 쪼아대자 족제비는 그만 도망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만세! 이겼다. 우리가 족제비를 물리쳤다.”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못할 거야.”

“알록이 만세!”

병아리들은 신이 나서 삐악거렸습니다.

엄마 닭이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엄마, 우리들이 족제비를 쫓아냈어요.”

“알록이가 용감하게 족제비를 쪼았어요.”

엄마는 여기저기 알록이 털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난 네가 용감한 수탉이 될 줄 알았어.”

엄마 닭은 알록이가 너무나 대견합니다.

“다 엄마 덕분이에요. 언제나 강하고 담대하라고 말씀해주셨잖아요.”

꽁지가 빠진 알록이 모습은 우스웠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알록이 꽁지 빠진 것을 비웃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부러워했습니다.

“나도 알록이처럼 저렇게 멋진 수탉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여름날,

♬꼬끼오.♬

맑고 우렁찬 수탉의 소리가 새벽을 알렸습니다.

알록이의 소리였습니다.

머리에 빨간 벼슬이 왕관처럼 난 알록이 모습은 아주 멋졌습니다.

아직 꽁지는 빠져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