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몰랐다 /박명희


성경동화 2010-03-28 / 추천수 0 / 스크랩수 0 http://blog.chch.kr/kingdom/13255.html

                                     우리는 너무 몰랐다.

                                                                                                     

                                                   박 명 희 

 

   주님이 예루살렘 성에 올라가자고 말씀하셨을 때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예루살렘에 가까울수록 그분을 만나려고 모여든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예루살렘 가까이 감람산 벳바게에 왔을 때 그분은  우리 중 둘을 마을에 보냈다.

   "아직 아무 사람도 타 보지 않은 나귀 새끼가 매여 있을 것이다. 풀어 끌고 오너라. 누가 왜 끌고 가느냐고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아무도 정말 나귀 새끼가 매여 있을까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주님의 그런 말씀은 신기할 것도 없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후로는.

  곧 둘이서 나귀 새끼를 끌고 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겉옷을 벗어 나귀에 얹었다. 주님이 나귀 새끼에 타자 사람들은 자기 겉옷을 벗어 길에 깔았다. 나뭇가지를 길에 펴는 사람도 있었다.

주님이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소문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전해졌는지 예루살렘 성 길목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는 그 물결 속을 걷는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 구름을 밟고 걷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왔다. 정말이지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제 베다니의 시몬의 집에 모여든 사람들도 대단했었다.

“나사로가 누구야?”

“나사로 좀 봅시다!“

사람들은 그분에게도 관심이 많았지만 나사로를 만나고 싶어했다. 하긴 누구라도 나사로를 보고 싶어할 것이다.

죽은지 나흘이 되어 썩은 냄새가 풀풀 나던 사람이 살아났으니...... .

우리도 깜짝 놀랐다. 물론 우리는 그분이 죽었다가 살아나신다고 했던 말씀을 들었다. 기적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죽어 무덤 속에 장사지낸 사람까지 살려내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해봤다.

“나시로야, 나오너라!”

단지 그분의 한 말씀으로 무덤에서 나사로가 살아 나오는 것을 본 사람들은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주님의 그 일을 전하고 다녔다.

"저런 분이 우리의 왕이 되신다면 우리 나라는 더 이상 죽음이 존재하지 않게 되지.“

사람들은 그분을 왕으로 모셔야 한다고 야단들이었다.

"우리에게 참 자유를 주신다니, 로마에서 해방되는 것도 시간 문제야."

“그뿐야? 보리떡 다섯 개로 남자만 오 천 명을 먹였으니 농사를 지을 필요도 없는 거야.”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사람들은 물질적인 부와 건강이 보장되어 있는 이스라엘을 꿈꾸며 기뻐했다.

이제 그분이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분이 왕이 되신다면 우리 제자들에게 오는 영광도 놀라울 것이 틀림없었다. 그 동안 그렇게 천대받고, 조소당하고, 비웃음을 받았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보상을 받으려는 순간인 것이다.

참으로 그분에게 이토록 영광스런 날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우리는 너무 신이 났다. 모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물론 한쪽에는 여전히 주님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바리새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사로까지  죽여 그분의 기적을 없던 걸로 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하지만 열광하는 군중들을 보며 그들은

"보십시오. 우리가 계획한 일이 쓸 데 없습니다. 온 세상이 그를 쫓고 있습니다."

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헬라인들이 우리를 찾아 왔을 때, “선생님, 우리가 예수를 뵙고싶습니다.”라고 내게 말했을 때, 나는 숨이 다 멎는 것 같았다.

나는 안드레에게 달려갔다.

"안드레. 드디어 헬라인까지 주님을 찾아왔네.“

"뭐라고? 빌립. 헬라인까지!"

안드레도 흥분했다. 이제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까지 주님을 찾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주님께 가서 말씀 드리세.”

우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님께 헬라인 소식을 전했다.

“인자의 영광을 얻을 때가 왔구나.”

그분의 대답에 우리는 뛸 듯이 기뻐했다. ‘주님도 영광을 얻기로 하신 것이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겠다.“

우리는 모두 침을 꼴깍 삼키며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 그분이 이렇게 진실로 진실로 라는 표현을 하실 때, 그 말씀은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중 많은 이들이 주님이 내각을 발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참으로 어리석었다. 우리는 오해한 것이다. 3년 반이나 그분을 따라다녔는데도 우리는 우리 지식으로 그분을 이해하고 알았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왜 그분이 그 나귀 새끼를 탔는지도 나중에야 깨달았다. ‘시온 딸아, 보라! 너의 왕이 나귀새끼를 타고 오신다.’라는 예언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밀알을 맺느니라.“

우리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 말씀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했어도 주님이 말씀하시는 영광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광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이런 영광이 아니었나? 사람들이 이토록 존경하고 추앙하는 이런 황금시기에 그분은 죽음을 말하고 계시다!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이 되시리라고 말한다.’

“내가 땅에서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겠노라

그랬다. 그분은 전에도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처럼 인자도 들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불뱀에 물린 죽어 가는 자들이 모세가 장대에 단 놋뱀을 보면 살았던 것처럼 죄라는 뱀에게 물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그를 보기만 하면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장대 대신 십자가에 주님은 뱀처럼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많은 밀알을 얻듯이 그분은 십자가에 달리므로 많은 사람을 이끌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아아, 주님이 죽어야 한다.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의 영광이라니......!’

누구도 그리마시라고 말하지 못했다. 감히 말하지 못했다.

지난 번 베드로는 주님이 십자가에서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그리 마소서!”

하고 간곡하게 부탁했다가 “사탄아, 뒤로 물러나라”는 꾸중을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만 우리가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나사로가 위독했을 때 마르다와 마리아는 나사로가 병들어 있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

우리는 그분이 나사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당장 나사로에게 가야겠다."

우리는 주님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주님은 소식을 듣고 이틀이나 지나서 그가 죽기를 기다렸다가 베다니로 가자고 말씀하셨다. 죽기를 기다렸다는 것을 안 것은 아주 후의 일이었다.

우리 중 아무도 하나님의 의도는 단지 우리의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하나님 보시기에 우리 모두는 죽어 있는 자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우리중 한 명이 아버지를 장사지내고 돌아온다고 했을 때, 주님은

“죽은 자는 죽은 자더러 장사지내라고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

고 했다는 것도.

하나님의 구원은 병자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고 죽어있는 자를 소생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주님은 나사로가 죽기를 기다려야 했다. 고치지 않고 살리기 위해.

나사로를 살리신 것은 우리에게 주는 하나의 표적이었다. 그렇게 죽은 사람을 살리신다는 예표말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지.

씨앗은 땅에 묻혀 새싹으로 나와 꽃을 피울 때 영광스럽다. 우리 주님도 죽으시고 부활하시므로 영광스럽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당장 보이는 영광에 눈이 멀어 있었다.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하지만 그분은 또 말씀하셨다. 주님이 그 영이 되어 우리 속에 들어오면 그 모든 것을 깨닫게 되리라고.  

그래. 이제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믿는 이들의 영광은 죽음을 통해서만 나타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왜냐면 우리가 바로 그 한 알의 밀알에서 나온 그 밀알과 똑같은 많은 밀알이기 때문에.♧

 

 

오늘 출판사  <믿음 한뼘 더 키우기> 박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