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기획과 콘텐츠 기획의 차이


정리게시판 2013-02-05 / 추천수 0 / 스크랩수 0 http://blog.chch.kr/smartcom/43971.html
최근들어 게임기획자 커뮤니티에서 지망생들이 곧잘 질문하는 내용 중에 하나가 바로 시스템 기획과 콘텐츠 기획의 차이이다. 사실 실무를 경험해본 사람에겐 전혀 헷갈릴만한 이야기가 아닌데, 경험과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지망생들에겐 그렇지도 않나보다.

어쨌거나, 일단 아주 쉽게 비유를 하자면, 시스템은 '뼈대(골격)'이고 콘텐츠는 '살과 근육'이다. 뼈가 부실한 사람이 근육을 키우거나 살이 찐다고 해서 몸이 튼튼해지지 않듯이, 시스템 기획이 부실하면 콘텐츠를 잘 만들어도 게임이 겉보기엔 그럴듯해보여도 막상 서비스를 시작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 치명적인 버그, 서버 불안정, 아이템 복사 문제 등등)

이제 좀 더 '개발자다운' 설명을 해보자. 얼마전에 서점에서 슬쩍 읽은 소프트웨어 공학 서적의 서론에서 '소프트웨어는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조합이다'라는 간단명료한 정의를 내린 것을 보았다. 게임도 결국 소프트웨어니까 이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시스템 기획이란 바로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규정하는 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획자가 의도한 게임 플레이(우리나라에서는 게임성이라고도 한다)를 이끌어내는 데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그 데이터들이 어떤 조건이 되면 어떤 계산을 통해 값이 변하는지를 규정하는 것이 바로 시스템 기획이다. 

어라? 그러면 콘텐츠 기획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일인가? 시스템 기획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규정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살을 붙이는 일이다. 순수한 시스템 기획은 너무나도 프로그래밍적이고 개념적이기 때문에 시스템 그 자체만으로는 유저에게 게임으로 인식되지않는다. 우리가 뼈만 있는 해골을 보고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골이 사람처럼 보이려면 그 뼈대에 살이 붙어서 사람의 형태를 띄어야 한다. 이렇듯, 콘텐츠 기획이란 시스템에 유저가 실제로 즐길거리를 붙이는 일이다.

예를 들어, '회복 물약'이라는 아이템을 시스템적으로 규정하면, 

데이터는 ▲아이템의 형태적분류(소비형/장착형 등) ▲사용시 회복되는 HP의 양 ▲판매/구입시 가격 ▲아이템의 등급 ▲인벤토리 한 칸에 중첩(스택)되는 갯수 등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알고리즘은 아이템을 플레이어가 조작할 때 작동하는 기능이다. (우클릭하면 아이템을 사용한다 - 사용하는 경우 체크해야 할 사항들 - 사용에 성공하면 남은 갯수를 1개 줄인다 - 갯수가 0이 되면 소멸 등등)

그러면 콘텐츠 기획에서는 무엇을 할까? 저런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물약과 기타 아이템들을 구상해서 그 게임의 게임성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다. 시스템 기획은 데이터+알고리즘, 혹은 데이터+함수이기 때문에 시스템 그 자체만으로는 수학이지 결코 게임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요즘 몇몇 게임 커뮤니티에서 유행하고 있는 던전&파이터의 크리티컬 공식을 보라. 이 공식은 분명 시스템 기획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게임으로 느껴질 수 있을까? 저 공식이 감춰지는 대신 귀검사가 나오고 소환사가 나오고 칼질 마법질을 해야 게임으로 느껴진다. http://clien.career.co.kr/cs2/data/file/image/1279983431_u1HCcKWb_a0065107_4c4aeac97dabd.jpg

정리하면, 시스템 기획은 기획팀 내부에서 볼 때에는 의도하고자 하는 게임성이 나올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을 규정하는 일이고, 개발팀 전체에서 볼 때에는 만들고자 하는 게임의 기술적인 명세서를 만드는 일이다. 반면에 콘텐츠 기획은 시스템 기획이 규정한 기술적인 범위내에서 유저에게 실제로 즐길 '게임'을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시스템 기획자는 프로그래밍적인 기본 지식(혹은 소프트웨어 공학), 이를테면 변수의 개념, 기본적인 제어문, 객체지향 개념, 데이터베이스의 기본 등에 대해 알 필요가 있고, 콘텐츠 기획자는 무엇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같은 게임기획자여도 시스템 기획자는 Technical 성격이 강하고, 콘텐츠 기획자는 Creative한 성격이 강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시스템 기획자에 특화하려는 지망생이 갖춰야 할 것들
▲ 프로그래밍 기본 개념
▲ 1개 이상의 프로그래밍 또는 스크립트 언어를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
   (C, C++ 도 괜찮지만, 그정도는 안되더라도 Visual Basic이나 LUA 등도 좋음)
▲ 데이터베이스 개념 (DB 테이블의 구조)
▲ 서버 프로그래밍의 기본 개념 (게임 서버와 DB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
▲ 객체지향에 대한 이해(특히 추상화)
▲ Excel 함수 및 VBA 활용 스킬

콘텐츠 기획자에 특화하려는 지망생이 갖춰야 할 것들
▲ 장르. 플랫폼을 불문하고 다양한 게임 플레이 경험
▲ 자기가 기획하려고 하는 장르의 게임에 대한 더욱 폭넓은 플레이 경험
▲ 위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자기가 기획하려는 장르의 게임들이 제공하는 주요 콘텐츠에 대한 이해
   (예: MMORPG의 경우 직업의 구분과 직업별 역할이 창출하는 재미, 유저의 유형별 플레이 형태와 가치관)
▲ 성공 또는 실패한 게임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능력
▲ 게임의 재미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과 이론적 뒷받침
▲ 다양한 지식과 자료의 보유 (인문, 세계사, 종교, 미술, 음악 기타 잡학)

출처 : http://sstorm.egloos.com/532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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