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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이 있는데 등산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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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천 교수의 운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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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가을 날씨는 야외 활동을 하기에 최적입니다. 가을철 야외 활동으로 주말 등산을 시작한 60세 이등산 씨. 산에 오를 때는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는데, 하산할 때 다리 힘이 풀려 간신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하니 업무를 하기 힘들 정도로 무릎과 엉덩이가 쑤셔, 조퇴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
사정을 들은 직장 동료는 “나이 들어 등산 다니면 관절염 생겨요. 우리 나이에는 관절을 안 쓰는 게 좋아.”라고 충고했다. 그 말을 듣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 상태가 나아진 이등산 씨. 앞으로 등산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당분간은 관절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하면 관절 주위 조직에 미세 손상이 생기고 그로 인해 통증이 발생합니다. 즉 연골, 인대, 건, 근육조직에 급성 염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듯 갑자기 발생한 스포츠 손상의 경우 「PRICE」라는 방법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P = Protection (보호): 손상된 부위를 보호합니다.
R = Rest (휴식): 손상 부위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합니다.
I = Icing (냉찜질): 차가운 찜질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C = Compressing (압박): 때로는 약간의 압박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 = Elevation (올리기): 손상 부위를 심장보다 위로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PRICE를 하면 손상 후에 발생한 부종과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등산 씨 동료의 충고는 일부분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석을 맞아 시골집에 모인 친지들과 마을 뒷산으로 밤을 따러 가기로 한 이등산 씨, 갑자기 예상치 못한 등산을 하게 되어 걱정이다. 형에게 등산이 관절에 좋지 않다고 하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무슨 소리야? 우리 나이에는 적당하게 다리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고. 나를 봐라. 매일 농사 짓고 적당히 등산도 다니니까 아직까지 팔팔하잖냐. 안 쓰면 약해진다고.” 듣고 보니 형님 말도 일리가 있다. 과연 등산은 관절염에 좋은 걸까, 아닌 걸까? 이등산 씨는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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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쓰지 않으면 약해집니다. 이것을 불용성 위축(disuse atrophy)라고 하지요. 혹시 다리를 다쳐 두세 달 깁스를 한 적이 있다면, 깁스한 쪽 근육이 반대쪽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되는 팔과 어깨의 사용, 걷기와 같은 움직임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육이 작아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두 배는 많은 근육량을 갖고 있습니다. 많이 사용하고 단련시킨 만큼 근육발달(hypertrophy)이 일어난 것입니다. 따라서 "안 쓰면 약해진다" 는 이등산 씨 형님의 말도 일부 타당합니다.
명절이 지나고 주치의를 찾아간 이등산 씨는 궁금한 것들을 풀어놓았다. “관절이 아플 땐 등산하지 말고 쉬라던데요.” “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또 안 쓰면 관절이 약해진다고, 등산을 하라던데요.” “그 말도 맞는 말입니다.” 혼란에 빠진 이등산 씨. “아니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도대체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등산을 하라는 건가요, 말라는 건가요?” 그러자 주치의는 “때론 쉬어야 하지만 관절 상태를 보면서 가벼운 등산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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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효과 측면에서, 등산은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유산소 운동 효과입니다. 정상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디면 어느새 숨이 차오르고 땀으로 옷이 젖습니다. 자연스레 심폐기능이 활발히 운동하는 것이죠. 땀이 나고 숨이 찬다는 것은 운동 강도 측면에서 중간 강도(moderate intensity) 이상의 운동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30분 이상씩 꾸준히 하면 장기적으로 약 3년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습니다. (운동이야기 2편 참조) 더불어 상쾌한 산 공기를 마시니 일거양득이지요. 매일 한 시간씩 등산을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둘째는 오르막길을 걷게 되므로 자연스레 하체 근육이 발달합니다. 무릎 관절 주위와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게 되지요. 이런 효과를 흉내 내어 고안된 운동기구가 바로 스테퍼(stepper), 스텝박스(step box)입니다. 등산을 몇 개월 계속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당한 정도의 근육이 생길 것입니다. 이렇게 근육이 생긴 상태에서는 더 가파른 산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절과 근육 건강 측면에서도 등산은 좋은 운동일까요? 그건 관절의 상태와 현재 증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선 관절에 급성기 통증이 있다면 쉬는 것이 좋습니다. 급성기 통증은 관절주위에 염증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앞에서 말한 PRICE를 시도해보고 때로는 처방을 받아 약으로 염증을 가라앉히기도 합니다.
급성기 통증은 없지만 등산을 할 때 통증이 있다면 등산을 잠시 보류하고 관절 주위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절주위의 근육을 강화하면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한결 수월하게 관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체의 관절 주위 근육을 단련할 때, 야외에서 한다면 걷기나 가벼운 경사 걷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면 발을 땅에 딛고 하는 운동(Closed-chain exercises, 예> 쪼그려 앉기, 계단 오르기 등)은 부분 동작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이 땅에서 떨어진 상태로 하는 하체운동 (open-chain exercises 예> 다리 굽히기· 다리 펴기 등)은 과한 중량을 사용하는 경우 관절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중량을 대폭 줄여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와 같은 운동으로 지속적인 근육 강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관절주위 조직이 강화되면 그 때 등산을 시도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분동작으로 시행) (중량 없이 하거나 대폭 가벼운 중량으로 시행) 하지만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한계를 과도하게 벗어나면 반드시 손상이 오게 됩니다.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이야 정해진 정도를 벗어나서 운동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힘들면 쉬면 되고 때로는 하다가 멈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등산은 코스를 한번 잘못 잡게 되어도 피치 못하게 정상까지 등산하고 하산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 손상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관절염이 있는 경우 절대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정상도전은 내 몸을 더 단련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10 ~ 20분 산행을 하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걷는 것이 좋습니다. 등산 전, 하산 후, 그리고 중간 휴식에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서 근육을 항상 준비해 둡니다.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등산을 할 때 아래 내용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급성기 통증이 있을 때는 등산이 좋지 않습니다. PRICE나 약 처방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등산이 어렵다면 먼저 관절 주위 근육을 강화합니다. - 등산을 할 관절 준비가 되었다면 본인의 관절 수준에 맞는 코스를 정합니다. - 산행과 휴식시간을 준수합니다. - 등산 전후와 휴식시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서 관절주위 조직을 유연하게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약도 과용하거나 오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듯이, 운동도 사용하기에 따라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등산이라는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게 맞는 정도로 적절한 처방 하에 운동을 하게 되면 참으로 좋은 관절 운동이자 심폐운동입니다. 요즘 등산하기에 정말 좋은 계절입니다. 내게 맞는 산과 코스를 정해서 가볍게 떠나보면 어떨까요?
최호천 | 가정의학과
전공분야 : 가정의학, 노인의학, 스포츠의학, 건강증진, 암치료 후 건강관리, 비만
가정의학 및 스포츠의학 전문의로 서울대학교병원 본원과 암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환자 맞춤형 운동 처방을 통해 환자의 건강증진 뿐아니라, 몸소 운동을 실천하여 건강보디빌딩 생활체육 지도자와 보디빌딩 선수로 활동하는 [몸짱]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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