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7 , 추천수 0 , 스크랩수 0 , 조회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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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뉴질랜드는 목욕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네와 같은 공공 목욕탕이 없습니다.

온천장이 있긴 하지만 수영복을 입고 남녀노소가 함께 하는 곳으로

대개는 외관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영을 하면서 사우나와 스파도 즐길 수 있는 실내수영장을

동네 운동장을 찾듯 많은 사람들이 이용합니다.

저도 근육통이 있거나 관절이 쑤실 때면 가끔 수영장을 갑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수영장 사우나실에 들어가니 중국 사람들 특유의 고성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더 시끄럽게 들렸습니다.

가져간 타올로 귀를 막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 무리가 나가고 나니 한국 여자 분들이 들어 왔습니다.

또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시끄러운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귀를 막아도 너무나 잘 들리는 한국어였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요즘 들어 장사가 잘 되지 않는 푸념들을 하면서

뉴질랜드 정부에 대한 비방이 시작되었습니다.

영어권 유럽인들은 환영하고 아시아 쪽으로 이민 문을 좁힌 것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호주 이민은 IELTS 5.0 인데 이 나라에선 6.0을 요구하니

영어권 아닌 나라는 이민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냐...

작고 별 볼일 없는 나라에서 어쩌고 저쩌고...


반복되는 ‘별 볼일 없는 나라’라는 악담에 신경이 거슬렸습니다.

결국 제가 먼저 그 자리를 피해 나오고 말았지만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아시아 쪽에 이민을 받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장려할 때

숱하게 저지른 우리의 불법행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넘치는 인구수와 고층빌딩, 연기를 뿜어대는 산업시설이

없으면 별 볼일 없는 나라인지?



뉴질랜드는 남북한을 합친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에

전체 국민 수는 부산 인구수에 불가합니다.

그렇지만 결코 별 볼일 없는 나라라고 쉽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질서가 있고 정해진 법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정경유착’이니 ‘부정부패’란 단어가 들어가는 뉴스를 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나라에서 선거를 해보면 그 실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시장 및 여러 명의 단체장을 선출하는 지역선거를 할 때는

출마자들의 소개서와 함께 선거용지가 동봉되어 각 가정으로 우송됩니다.

그러면 기한 내 자기가 원하는 인물에 표시를 하여

선거위원회로 우편으로 보내면 끝입니다.

저는 선거용지를 보내면서 그런 식의 선거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무진장한 부정부패를 상상해보았습니다.

국회의원과 수상을 선출할 때는 정해진 장소에 가서 선거를 합니다.

필히 챙겨야한다고 생각한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I.D 카드 조차 필요 없는 선거였습니다.

선거위원회에서 우송한 선거 대상자 용지만 내밀면 선거용지를 줍니다.

선거함에 용지를 넣고 나니 ‘나 선거 했어요.’라는 내용의 스티카를 가슴에 붙여 줍니다.

참 유쾌하고 기분 좋은 선거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절차들은 모두가 정직하게 법을 지킨다는 전제하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이렇게 국민을 신뢰하는 것은

국민 또한 정부를 신뢰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것은 잘 먹고 잘 차려 입을 만큼 되었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정직하게 법을 지키는 국민 전체의 의식 수준!

그렇게 서로 법을 지키면서 누리는 편안함!

이것은 별 볼일 없는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선진국이란 범주의 주요 항목이 됩니다.




트랙백:  수신불가

수정
Date 2010-04-21 16:14:18  

..법을 지키면서 누리는 편안함..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