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는 것보다 더 큰 실수 /박명희
성경동화
2010-03-25 , 조회 (344)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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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는 것 보다 더 큰 실수

박 명 희

 

사랑하는 아들 지민아,

엄마는 지금 잠든 네 머리맡에서 잠자는 네 얼굴을 보고 있단다.

숨소리가 고르고 네 자는 얼굴이 참 편안해 보이는구나.

어제까진 그러지 못했지?

네가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는 소리를 엄마는 여러 번 들었단다.

“엄마,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하던 목소리도 어제완 달랐지.

아빠에게 꾸중을 듣고서도 넌 참 밝게 인사를 했어.

엄마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에 다른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어느 나라나 전쟁이 끝난 후엔 고아가 많이 생긴단다. 슬픈 일이지.

그 애도 전쟁 때문에 고아가 되었단다.

먹을 것을 얻지 못하면 굶고 거리에서 자기도 하던 그 애의 소망은 집과 부모였단다. 그렇지 않았겠니?

그런 애를 한 농부가 데려다 아들로 삼았단다.

마음 좋은 농부 집의 양자가 된 그 아이의 생활은 하루 아침에 달라졌지.

이제는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염려하지도 않게 되고 편하게 잘 집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 집엔 검둥이 하인도 있었단다.

처음에 그 애는 제멋대로 살던 생활이 몸에 배 있어서 제멋대로였단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그걸 꾸짖지 않고

“성급하게 고치려고 애쓰지 말거라. 난 네가 점점 새 생활에 익숙해지리라 믿는다.”

라고 말했어. 정말 좋은 아버지지.

정말 그 아버지 말대로 그 애의 생활 태도는 조금씩 좋아졌단다.

그런데 한 가지가 잘 고쳐지지 않았는데 새총으로 아무 것이나 쏘아대는 거였단다. 새총놀이를 아주 즐겼던 거야.

그 애는 새총으로 항아리도 깨고 말썽을 많이 부렸지.

그래도 그런 말썽은 아버지가 참아 주었단다. 그러나 양이나 개를 새총으로 쏘는 것을 보고 그 아버지는 새총을 빼앗았단다.

“이 새총은 장에 넣어 두겠다. 다시는 새총놀이를 해서는 안 된다. 살아 있는 동물들을 새총으로 쏘아 괴롭히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아이는 다시 새총으로 살아있는 동물들을 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며칠 동안 필요한 물건을 사러 도시로 가는 일이 생겼단다.

아이는 즐겁게 들판을 뛰어다니며 놀았어. 하지만 곧 시시해져서 그만 새총 생각이 났던 게야.

그 애는 새총을 몰래 꺼냈어.

‘한번만 쏘아보고 갖다 두어야지.’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새총놀이를 했지만 워낙 좋아하던 놀이였으니 쉽게 그만 둘 수 없었지. 그러다가 그 애는 그만 아버지가 제일 아끼는 칠면조의 머리를 명중시키고 말았단다. 칠면조는 그 자리서 죽고 말았지.

그 애는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몰랐어.

죽어버린 칠면조를 안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죽은 칠면조가 살아날 리가 없지 않겠니?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나는 이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약속을 어기고, 칠면조까지 죽어버렸으니’

아이는 죽은 칠면조를 앞에 놓고 엉엉 울었어.

어느 누구도 자기를 구해줄 수 없다는 것이 그 애는 너무 슬펐단다. 그런데 문득 그 장면을 아무도 못 보았다는 걸 아이는 알았지. 그래서 뒤꼍에 칠면조를 살짝 묻었단다.

며칠 후에 아버지가 돌아왔지.

그 애는 전처럼 달려가서 아버지를 반길 수가 없었단다. 그냥 머뭇거리며 인사만 했지. 힐끔힐끔 눈치를 보면서 말이야.

“칠면조가 보이질 않는구나.”

아버지가 칠면조에 대해 묻자

“글쎄요. 칠면조가 어딜 갔을까?”

아이는 거짓말을 했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버지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지만 어쩌면 약속을 안 지켰다고 쫓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워서 더 거짓말을 했던 거야.

그런데 그 날 오후에 그 집 하인이 아이를 찾아왔어.

“도련님, 심부름 하나 해줘야겠어요.”

“싫어. 내가 왜 그 일을 해.”

아이가 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라 아이는 거절했지. 그러자 그 하인은 씩 웃으며

“도련님, 칠면조가 어떻게 되었나 주인님께 이야기할까요? 뒤꼍에 있는 칠면조를 파다 드릴까요?”

하며 속삭이듯 말하는 거야.

그 애는 그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어.

그런 일이 자꾸 계속되었어.

어떤 땐 아이가 맛있는 걸 먹고 있으면 그 하인은 슬며시 나타나서 “도련님 저도 그 파이가 먹고 싶어요.”하는 거야. 아이가 나눠주기 싫어하면 하인은 “칠면조!”하고 말했어.

아이는 자기도 먹고 싶은 것을 참고 그 하인에게 줄 수밖에 없었어.

마구간 치우기, 물 긷기, 장작 나르기…… .

하인은 아이에게 힘든 일을 마구 시켰어. 아이가 싫다고만 하면 하인은 빈정대며 “칠면조!”하고 협박을 하면서 말이야.

아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어느 날 아버지에게 모든 일을 털어놓았단다.

“아버지, 제가 나빴어요. 아버지와 한 약속을 어기고 새총도 꺼내고, 칠면조도 죽였어요. 그걸 아버지가 알면 나를 쫓아낼 것 같아서…… .”

흑흑 느껴 울며 고백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말했단다.

“아들아, 고맙다. 난 모든 걸 알고 있었단다. 다만 네가 말해 주길 기다렸지. 그리고 얘야, 실수했다고 아들을 쫓아내는 아버지는 없단다. 언제든 무슨 잘못을 했을 때, 정직하게 말해다오. 그래야 너와 나 사이에 담이 생기지 않는단다. 얕은 담은 금세 무너뜨릴 수 있지만 높은 벽은 무너뜨리기 힘들단다.”

아버지가 용서했다는 걸 안 아이는 하늘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가벼움을 느꼈지. 얼마나 기뻤겠니.

하늘도 더 아름다워 보이고 꽃도 더 아름답게 보였을 게야.

그런데 하인은 그것도 모르고 여느 때처럼 거드름을 피우면서

“도련님, 마구간을 좀 치워야겠어요.”

하고 아이에게 일을 시켰어.

“마구간? 난 이제 네 일을 도와주고 싶지 않아. 난 놀고 싶어.“

하인은 웃으며 “칠면조!” 하고 낮게 외쳤어.

“칠면조가 뭘?”

아이의 태도에 하인은 화를 냈어.

“주인님께 칠면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까요?”

“하렴.”

아이는 아주 당당했지.

아이가 왜 그렇게 당당했는지 알겠니?

그래. 맞았어. 바로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기 때문이지.

하인은 다시 그 애를 괴롭히거나 협박할 수 없다는 걸 곧 깨달았지.

 

사랑하는 아들 지민아,

엄마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지?

오늘 넌 용기를 내서 엄마 아빠에게 말했지.

“성적이 나빠서 성적표에 몰래 아빠 도장 찍어갔어요. 용서해 주세요.”

엄마는 네가 용기를 내서 말해준 것이 고마웠다.

지민이와 엄마 사이에 생길 뻔한 담을 무너뜨린 것이니까. 담은 마음과 마음을 나눠 놓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단다.

언제나 정직하게 엄마에게 말해 주렴.

실수하는 것보다 더 큰 실수는 그것을 속이려고 하는 것이란다.

성경 구절 한 군데를 외어주마. 요한 1서 1장 9절이란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그래. 아무리 우리가 많은 실패를 했어도 자백하기만 하면 용서해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자.

하나님은 사람들을 용서하실 뿐만 아니라 깨끗케 하신단다. 그 아들 예수의 보혈이 있기 때문이지.

실수하는 것보다 하나님께 자백하지 못하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아들이 되기를 바란다. 얘야.♧

 

 

출처: 박명희 동화집 <소망한 뼘 더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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