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들의 삶과 누림
2010-06-18 , 조회 (342)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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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변덕 스러웠다.
겨울을 보내는 비였나 싶으면 햇볕은 또 잠시이고 이내 차거운 비를 내리기를  몇번인가 반복하며 좀처럼 봄기운을 못 느끼게 하더니 드디어 이젠 완연한 봄이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판지가 따사로운 햇볕과 훈풍에 사뭇 기지개를 편 모습이다.
 
이곳 서민들의 생활이 대개 그렇듯이 이웃끼리 부딪히며 사는 좁은 집, 손바닥만한 뜰, 그나아 대부분 주차장으로 내어주면 뭐 좀 심어볼 공간이없다.
그런 까닭에 펜스나 담장위, 담장 밑의 도로 일부에 몇개인가 화분을 걸치든지 얹어 놓든지하여 화단을 만든다. 일본 사람들의 펜스가든의 정열은 대단하다. 
 
판지는 요즈음 흔히 볼수있는 꽃이다.
흔해 빠져서 안 심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꽃을 좋아한다. 가을에 심어놓고 겨울을 견디게한다.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추위에 때로는 눈속에 파뭍혀 꽃과 잎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봄을 맞이하는 월동화이다. 꽃잎이 작으면서 무리를 지어올라오는 비올라는 화려하면서도 청초해보인다. 작년엔 흙을 모두 갈아주고 밑거름도 충분히 주어 이놈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꽃값보다 흙이랑 비료값을 더 투자 해야하는게 이 펜스가든의 비결이다.
봄에는 일주일에 한번, 초여름이되면 3일에 한번꼴로 하이포넥스를 물에 희석하여 施肥해주면 아름답고 싱싱한 꽃을 한여름까지 감상할수있다. 오늘 아침 회사 출근때엔 옆집 판지群과 함께  활짝핀 꽃에 어우러져 향기러운 향내음까지 풍겨 주었다. 
 
토요일은 내게 바쁜 날이다.
새벽을 깨워 일어나 잔잔히 주의 이름을 부르며 책상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
주일날 교통할 주제를 정리하며 기도한다. 관련성경 구절을 가지고 기도를 섞어 주님께 말씀을 물으며 교통한다. 말씀을 통해 빛이 임하고 주님의 말씀하심을 확신한다. 하루중 가장 달콤한 시간이다. 7시에는 10년 가까이 계속 하고있는 인근도시의 한 형제와 전화로 2-30분 기도한다.
오전에는 콤퓨터로 잠시 회사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이제부터 나의 토요일 농원으로 갈 시간이다.
 
이 봄 날에는 땅을 갈아 엎어야 하고 씨를 심을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주는 그동안 싱싱한 채소를 공급해 주었던 고마츠나,( 겨울 채소, 유채의 일종)를 뽑아내고 정지작업을 했다. 오랫만에 노동이라 단 두시간이래도 몸이 뻐근하다.
감자는 벌써 심었고, 오이, 도마도, 가지, 옥수수, 피만, 파등을 심는데, 거의 매년 정해진 레파토리이다. 일부는 씨를 사서 파종을하고 일부는 묘를 사서 심는다. 이쯤되면 내가 뭐 본격적인 농장주 쯤이나 된것으로 친구들이 오해 할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규모로는 애들 소꿉장난 같은거다. 서른다섯평 밭떼기에 재미삼아 각종 채소를 심어보는것뿐이다.
 
이 밭은 어느날 아내와 산보하던 중 숲속 능선을 따라 올라 섯을 때 별세계처럼 눈에 활짝 들어오는 평지가 있었다. 겨우 경운기한대가 지나 갈만한 외솔길 주변이 밭이였다. 그곳이 마음에 들어 일부 산림목 이었던 안쪽 땅이 정지되어 분양 됐을 때 좀 무리를해서 사 두었던 땅이었다.
그때는 그냥 자연의 바람에 자신을 맡기고 싶어했고 문득 흙내음속에 발을 묻고싶은 충동이 땅을 사도록 유발했나보다. 유달리 많았던 까마귀의 소리도 거슬리지않았고 오히려 정겹게 들렸다.
 
터밭처럼 조그만 땅이지만 몇년을 만지면서 배우는 것이있었다.
첫해 정지 작업을 하면서 어디 재건축땅의 부지를 떠다가 객토를 한것인지 한30센치만 땅을 파면 케익처럼 굳은 땅이나오고 삽날이 먹질 않는다. 게다가 온통 자갈이 섞여있어 그대로는 밭구실을 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일년쯤 내버려 두었더니 온통 칙넝쿨이 만수산 드렁칙처럼 얽히어 버렸다.
 
곡괭이를 하나 사서 매주 토요일에 오전 두시간 시간을 내어 밭에나아가 땅을 파헤쳤다. 곡괭이질은 한번에 한평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렇게 서른다섯평을 파헤치는데 일년이 걸렸다.
또 일년을들여 돌맹이를 골라내고 흙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두해 작물을 심으면서 그동안 만든 퇴비,  계분과 우분을 제법 집어 넣었다. 이제 그 척박하기이를데없던 그땅이 조금씩 유기질이 풍부한 밭으로 바뀌었다. 작년에 심은 고구마를 수확 할때는 어린애 머리만한 것이 몇개나 나왔다.
 
성경에서는 씨뿌리는 비유 속에서 밭을 사람의 마음 이라고 말하고 있다.
네종류 밭을 언급하고있다
 
먼저 길가 - 씨앗이 밭의 길가에 뿌려졋다면 싹이날 가능성은 전혀없다. 새들의 먹잇감이 될뿐이다. 마음이 길가라는것은 무엇일까. 세상왕래가 빈번하여 딱딱해진 마음이다. 너무 세상일에 마음을 빼앗겨 생명이 들어있는 씨앗을 만나지만 그들은 감각도 없이 잃고있다.
바빠서 그런것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고하는 많은 사람들, 그들에게는 딱딱한 땅에 물이 고인다는 말이 최고의 진리라 여겨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정말 중요한것을 흘려 보내고만다.  
 
그리고 돌밭 - 씨앗이 떨어져 싹을 티우고 성장을 하지만 깊이 뿌리를 내릴수없다. 햇볕이 뜨거운 고난을 만날때 말라 버리고 만다. 돌은 무엇인가. 우리마음속에 감추어져있고 처리되지않은 죄와 허물이다. 늘 양심의 참소를 받아 약한 상태의 마음은 생명이 자라기에 합당치 아니할것이다. 특히 환난속에 있을때 쉽게 남을 정죄하거나 자신을 정죄하여 넘어진다.
말씀에는 생명이 있다. 말씀을 받은자는 새생명을 얻은것이지만 이런 돌들로인해 자라지 못한다는데 문제가있다.
정지작업가운데 돌을 골라내는작업은 계속 이어지고있다. 2년전에는 주먹만한 돌을 골라냈고 그후엔 짱돌같은 자갈, 요즈음에 좀더 작은 돌을 골라 내고 있는데 끝도 없이 나온다. 금년에는 망을사서 작업을 해야 할 것같다. 내 마음을 보는듯, 양심의 예리함으로 좀더 많은 일에 섬세하게 자신을 처리받길 원한다.
 
그다음은 가시밭 - 성경에서는 가시떨기라고 말한다.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세상의 염려 재물의 유혹, 이들은 죄나 허물은 아니지만 오히려 세상에서 구해야 할 좋은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를 빗나가게 할수있다. 칡넝쿨의 얽힌 뿌리를 패내며 내마음에 이런 넝쿨과 보이지 않는 뿌리가 없는지 때때로 점검받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좋은땅 - 잘 경작된 땅은 자신의 마음에 자라야 할것이 생명의 씨라는것을 안다.  돌을 캐내고 가시나무를 걷어 내는작업, 파내는 작업, 이런 것들이 마음을 준비하는것이다. 인생의 고난을 통해 혼이 상함을 받고 깨뜨려진 자는 좋은 토양이된다. 그들은 세상것을 잃어도 더좋은것, 생명을현생에서 얻어 영원으로 들어갈것이다.
 
안드류 머레이의 겸손이란 책속에 이런말이 인상깊었다.
"사랑은 겸손이라는 토양에서 자라 피는 꽃" 이라고
깨어져 본 적이 없는사람은 겸손을 모른다. 부서지고 파 내어져 부드러운 좋은땅이 되듯 과정을 거친 겸손은 마음의 좋은 토양이 된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립보서 2장5-8)
 
그러므로 웟치만니는 겸손을 한인격 그리스도로 보았다. 그리스도를 소유하여 그의 마음을 소유함은 좋은 땅을 소유하는것이다. 그분은 십자가에서 자신을 깨뜨리시되 변명이 없었다. 그분이야 말로 최상의 겸손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완결된 그영(THE SPIRIT)이신 그리스도는 우리안에 들어 오실수 있는 분이 되었다.
 
이봄 화창한날에 나는 좋은땅이 아님을 고백한다. 그분을 더욱 좋은 땅으로 얻어 사랑의 꽃 이 내년 이때 피어나기를.
 

트랙백:  수신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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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멘.


골드베이스 님의 글은 잔잔한 감동과 풍성한 공급으로 달콤합니다.


담아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