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조선일보 논설고문)의 서재 5색 분류법
아름다운 사람
2011-06-23 , 조회 (1623) , 추천 (2)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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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에 대한 독자들의 커다란 관심중 하나는 그 많은 자료들을 어떻게 정리, 활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이규태 분류법]이다. 이에 대해 이논설고문은 (왕도는 없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후 자기개성에 맞는 방법을 찾을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고문의 자료들은 성격상 1만여권의 책들과 노트, 색인, 스크랩,카드, 파일등 6종류로 나뉜다. 이것들은 다시 내용에 따라 적,황,녹,청,흑의 5종류로 분류된다. 자신이 창안한 이 5색분류법에 대해 이고문은 (이 세상의 모든 정보가 이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적색에는 인간의 신체에 관한 모든 것들이 속한다. 예컨대 진화론에 관한 책이 있으면 적색 범주로 표시해 놓는다. 같은 요령으로 황색에는 의식주에 관한 사항, 녹색에는 동식물 하늘 환경 기상 등 자연계에 관한사항이 포함된다. 또 청색에는 제도에 관한 것, 흑색에는 종교문화등 정신에 관한 것들이 속한다.이 5색 대분류 밑에 다시 황색(자연)의 경우 동물 식물 광물 등으로 나뉘는 중분류 단위, 동물의 경우 파충류 갑각류 등으로 나뉘는 소분류단위가 있다. 이렇게 세분해 가다보면 각 분야를 합해 1백여종의 소분류 단위를 운영할 수가 있다. 이고문이 동서고금의 자료더미 속에서 필요한 자료를 즉각 뽑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테마 도서관...이규태 논설고문의 서재 
## 동서고금 1만5천권 책장마다 밑줄-메모...책속에서 하루 시작 ##. 

그 곳은 책과 자료의 바다 같았다. 20평 남짓한 공간의 사방 벽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온통 책 뿐이었다. 오래된 책들에서만 느껴지는 독특한 종이냄새가 온 방안을 휘감았다. 한권한권 숨쉬는 책들마다 페이지가 접혀있거나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한 흔적들이 서재 주인과 책들과의수십년 대화의 자취를 반영하고 있었다. 총 연재 4천4백87회, 햇수로는 만 15년. 세계 언론사상 유례가 드문 대 연재물들의 뒤에는 역시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보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구한말 외교관계 부속문서] [일성록] [본초강목] [비변사등록] [한국고승집] [서애 전서] [월사집][불교대장경] [청구학총] [구한국관보][황성신문] [독립신문] [육당전집] [향토서울] [조선왕조실록][고려사절요] [고금도서집성] [고사유언] [불교대장경]….
 
눈으로 스쳐가기에도 바쁠 정도의 책들이 [이규태코너]의 사연 하나하나를 간직한 채, 또한번의 손길을 기다리며 정적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꼭 고문헌들 뿐만 아니었다. 서재의 다른 한 켠에는 [김치 천년의 맛][소금의 민속학] [한국의 매듭][일본 옛날 이야기] [한국문학과 죽음]등 [코너]를 통해 독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이규태 특유의 강기박람, 절묘한 연상의 바탕이 되는 자료들이 역시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꽂혀 있었다.
 
총 장서는 1만여권. 국내 어떤 학자의 서재가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자료에 주인의 손때가 묻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 있을까? 그것은 한 개인의 서재라기 보다는 작은 [테마 도서관]이라고 부를 만했다. 이규태의 테마, 그것은 한국학과 한국인, 좁게 말하면 한국인의 뿌리를 찾고 그 문물의 내력을 밝혀 외국과 비교하는 것을 뜻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장서량이 좀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책을 한 방에 모아보는 게 소원일 겁니다. 전에는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거실, 부엌, 아이들 방 할 것 없이 온통 책이었지요. 3년전 용케 지하가 딸린 이곳 방배동의 빌라를 하나 구해 소원을 푼 셈입니다)

조선일보 이규태 고문의 하루일과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이 서재를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전날 정해둔 칼럼 주제자료를 찾거나 집필 구상을 한다. 5시에 배달돼 온 신문을 보고 더 좋은 주제가 떠오르면 바꾸기도 한다. 그의 출근 가방에는 이렇게 해서 골라낸 참고서적 10여권과 각종 스크랩 등 자료가 들어있게 마련이다.
 
4천회를 넘도록 매일매일 새로운 주제를 잡아 칼럼을 쓰기란 보통 피가 마르는 작업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시사 뉴스 중에서 항상 새로운 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점.
그러나 아무리 좋은 주제라도 그걸 뒷받침할 자료가 없으면 헛일이다. 지난 28일 아침 조선일보에 나간 [비둘기의 귀소본능]이란 칼럼도 마찬가지였다. 새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포와 함께 날려보낸 비둘기 중 제 집을 찾지못한 것들이 많았다는 뉴스에 착안, 2백자 원고지 6.5장 분량의 이 칼럼을 쓰기위해 이 고문이 참고한 자료는 무려 17종. 우선 삼국유사나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성호사설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고전들을 뒤져 비둘기에 관한 사항들을 찾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나라 문헌들은 정리가 잘 안돼 있어 희망하는 내용의 10% 정도나 건질 수 있으면 큰 수확이다. 다음은 중국의 고금도서집성이나 일본의 고사유원 등을 통해 동양의 비둘기에 관한 각종 기록들을 섭렵하고 서양의 전문서들로 넘어갔다.

[이규태코너]를 읽는 독자들 중에는 동서고금의 사실과 일화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내용에 놀라면서, 필자가 컴퓨터에 엄청난 양의 자료를 입력해두고 꺼내쓰는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런 모든 작업을 철저히 수작업으로 한다는 데 칼럼의 또 다른특징이 있다. 4천회를 넘게 써오면서 그동안 취급한 항목들을 색인해 둔 것만 10만여개. 서재의 사방을 메운 장서들이지만, 하도 뒤적이다 보니 이제는 어떤 사항에 관한 것을 알기 위해선 어디에 있는 어떤 책의 어느 부분을 찾으면 된다는 것도 훤하다.
(이 컴퓨터의 시대에 서재란 오히려 전근대적인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외국 유명 교수 연구실에 갔을 때 장서가 뜻밖에 너무 적었던 것을 보고 놀랐던 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실정에서 책을 사서 곁에 두는 것 이상 효과적으로 지식이나 정보를 보존 - 관리하는 방법은 없다고 느낍니다. 제 경우도 서재를 제대로 안 갖춰놓았다면 [칼럼] 한 편 쓰는 데 보름 이상은 족히 걸릴겁니다.).
 
지금도 도서구입비는 한달 평균 2백만원 가량. 자주 거래를 하다보니 일본 중국 홍콩 미국 등의 고서점에선 좋은 자료가 나오면 먼저 연락을 해온다. 그렇다고 희귀본이 많다거나, 책들을 특별히 곱게 다룬다는 것은 아니다. 장서는 완상이나 흥미, 심지어 고상한 교양을 위해서도 아니요 어디까지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은 그의 확고한 독서관이다.
(제가 칼럼을 쓰는 행위는 독자들의 위임을 받아 어떤 시사적 문제에 관한 동서고금의 지식을 수집, 글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칼럼에서 쓴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독자들보다 하루 먼저 아는것 뿐입니다.).
 
이 고문이 그동안 출간한 단행본은 베스트셀러 [한국인의 의식구조] [개화백경] 등을 비롯해 1백17종. 40년 기자생활 동안 신문의 전면 시리즈를 37개나 했다.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지적 작업의 산실에서 이 노기자는20세기의 종착역인 내년말 쯤이 될 [이규태코너] 5천회를 위해 오늘 또 다시 자료더미를 뒤진다. 


1998년 3월 4일 조선일보

[출처] 이규태(조선일보 논설고문)의 서재 5색 분류법 |작성자 꿈에서 놀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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