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장하준의 서재는 생활이다.
아름다운 사람
2011-06-23 , 조회 (1873) , 추천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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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 서재

저에게 서재라는 건 생활이라고 해야겠죠. 직업이 물론 교수니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을 책 읽고 글 쓰는데 보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서재가 두 개예요. 학교 사무실도 서재고, 집에 오면 또 집에 있는 서재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 서재라는 게 제 직업의 현장이고요. 또 저희 식구들은 같이 있는 걸 좋아해서 제가 서재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 방에 몰려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거기에 앉아서 얘기도 많이 하고, 저한테 서재는 한마디로 생활입니다.


연구를 위한 서재와 여가를 위한 서재

(제 서재가 영국에 있어서 직접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아쉬운데요.) 우선 책 양으로 보면 제 사무실이 더 주된 서재지요. 거기에는 대부분 연구에 필요한 책들이 있는데, 저는 워낙 연구하는 방법 자체가 좁은 의미의 경제학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책도 많이 읽으니까 여러 분야의 책들이 섞여있어요. 제가 연구하는데 필요한 책들은 대부분 거기에 있고, 글을 쓸 때는 집에 와서 밤에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장 보면서 글 쓰고 이런 책들 일부는 집에 있는 서재에 갖다 놨습니다. (그 외에는) 집에 있는 서재는 대부분 연구하는 책보다는 제가 그냥 여가시간에 읽는 책들인데, 주로 저는 여가시간에는 전공 관련 책보다는 추리소설이나 SF 이런 걸 많이 읽기 때문에 그런 책들이 많습니다.

경제학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준 책은?

원래 제가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를 공부할까 하는 생각도 한 때 했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그런데 경제학이라는 게 좀 더 현실을 직접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결국 경제학을 택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되는 책은 없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게 고등학교 때, 요즘 자유무역이론의 핵심인 ‘비교우위론’이라는 무역이론을 배웠는데 그게 그렇게 신기하더라고요. 실제 예를 들자면, 옛날에 청나라 때 건륭제 때인가 중국이 세계에서 제일 물산도 제일 풍부했던 나라였으니까 영국에서 중국에 사신을 보내서 ‘우리 무역합시다’라고 하니까 황제가 ‘무역할 필요 없다. 우리가 다 뭐든지 너희보다 싸게 생산하는데 왜 우리가 너희랑 무역을 해야 되느냐’라고 했어요. 그게 소위 ‘비교우위론’이 아니라 ‘절대우위론’이라고 하는 생각이죠. 비교우위론을 처음 만든 사람이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리카르도’라는 사람인데, 어느 한 나라가 다 우월하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우월한데 특화하고, 어떤 다른 나라는 다 열등하다고 하더라도 덜 열등한데 특화하면 다같이 덕을 본다 이런 얘기였거든요. 그래서 그 이론을 배우니까 굉장히 신기하더라고요. ‘아, 경제학이라는 게 이렇게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얘기를 해줄 수 있는가 보다’해서 그걸(경제학을 공부)한 거죠. 그런데 그것을 배운 책은 바로 그 때 우리 정치경제 교과서예요. 무슨 대단한 고전적인 유명한 책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다양한 사회를 연구한다

연구하는 주된 방법론 중에 역사가 됐건, 현재의 어떤 사회가 됐건 다양한 사회를 보면서 연구하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영어에 그런 표현이 있죠. ‘Life is stranger than fiction’이라고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이 많다는 얘기인데. 그래서 연구를 할 때 역사적인 사례를 본다거나, 아니면 여러 나라를 비교해 보면, 우리가 당연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 경우가 많이 드러납니다. 그런 식으로 자꾸 현실을 보면 이론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 역사 자체에 관심이 있으니까 역사를 읽는 면도 있지만 - 연구를 할 때, 어떤 제도다 하면 예를 들어 이 제도가 처음에 어디서 나왔고 처음에 나왔을 때 어떤 식의 논쟁이 있었나 그런 걸 찾아보기도 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항상 역사가 됐건, 실례를 중요시하는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냥 뭐 연구하고 관계없이 읽다가도 그런 게 눈에 걸리는 거죠.

아이들 책을 함께 읽으며 같이 자랐다

저는 사실, 물론 한국에서도 자랄 때 외국 동화들을 많이 읽었지만, 사실 영국에서 애들을 키우면서 또 한번 아동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 쪽(영국) 문학을 읽고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애들을 키우면서 애들이 읽는 것도 같이 읽고, 그러다 보니까 어떤 경우에는 제가 먼저 어떤 책을 골라가지고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이거 재미있다. 너희 읽어봐라’라고 한 경우도 있고, 애들하고 자라면서 같이 읽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딸아이가 어려서 처음에 글 읽기 시작할 때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가 나왔는데, 그걸 딸아이하고 같이 읽었고, 한국에 최근에 번역 되서 나오기 시작한 <모털 엔진> 시리즈 같은 경우는 제가 먼저 책방에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보고 애들한테 권해줬던 책이거든요. 그러니까 같이 자라난 거죠. 특히 영국에는 청소년 문학이면서 성인문학 못지않게 깊은 주제를 다룬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인간 사회의 본질이라든가, 생존경쟁이라는 문제라든가 이런 걸 깊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많아요. 그래서 책 읽는 면에서 제가 애들한테 가르쳐준다는 것보다도 - 사실 또 제가 취향 자체가 말하자면 고상한 책들을 좋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애들이 이런 걸 꼭 읽고 이런 걸 생각해서 바른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런 차원에서 추천하는 게 아니라 - 그냥 제가 보기에 재미있는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또 아이들이 읽는 책 중에 재미있어 보이는 건 저도 읽고 그런 식으로 독서에 있어서 많이 소통을 하죠.

주제별로 공부해보면 경제학도 재미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고, 학생들도 제 생각에는 그런 식으로 배워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주제별로 배워야 돼요. 제 마음대로 교과과정을 짤 수 있다면, 보통 관심 있는 문제들 있죠. ‘청년 실업’이라고 하면, 실업이라는 게 뭐냐,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결정이 되는가, 임금은 어떻게 결정이 되는가, 노조가 하는 역할은 뭔가, 최저임금제… 이런 식으로 가르치고요. 그 다음에 가면 왜 노동시장에 어떤 사람은 실업이 더 많이 되고, 어떤 사람은 실업이 덜 되나… 에 관한 이론이라든가… 그런 식으로 가르치면, 물론 그 주제에 관련된 것만 일단 가르치게 되겠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중요한 주제들을 공부를 하다 보면 나중에 연결이 됩니다. 그런데 처음에 이론부터 공부하면 효용이 어쩌구, 수요공급이 어쩌구 하면 무슨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일반 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제별로 청년실업 문제가 됐건, 고령화 문제가 됐건 그런 식으로 찾아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학을 공부를 할 수가 있는 거죠.

출처 : http://bookshelf.naver.com/story/view.nhn?intlct_no=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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