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우도]우도맛집 로뎀가든에서 한라산을 먹어버리다.
아름다운 여행
2012-02-24 , 조회 (2619)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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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맛집 로뎀가든에서 한라산을 먹어버리다.

"뭐...우도에 맛집이 있다구?"

우도로 들어 가기 전,
제주 성산항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들어가자는 엉성한 여행자의 제안에
일행 중 '제주토박이'인 지인은 한사코 거부의사를 밝힌다.

이유는 우도에 '반드시' 들려 볼만한 별볼일 있는 '맛집'이 있다는 것.

"이봐...점심시간을 이미 한참 지난 시간이라구...
그리고 경험상 우도에 특별히 맛있었던 집이 없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지...
(애원조로) 여기서 먹고 들어가면 안될까?"

"안다님께 꼭 소개하고 싶은 집이 있어서 그래요.
이왕 늦은 것 조금만 더 참으시지요...인내한 보람을 느낄 만한 집이라니까요~!"

"(시니컬하게)그래? 알았어...아니면 각오하라구 (혹, 맛있게 먹었더라도 맛 없다고 우길테다)
(짐짓 관심없는 투로)그런데 그 집 주종목이 뭐야?"

"주종목요?"

"주메뉴가 뭐냐구?"

"아~메뉴요? 한치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요...특히 한치주물럭이 맛있어요"

"아......"

낙지,오징어, 한치, 문어 같은 연체동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엉성한 여행자.
일단 주 메뉴가  '한치'라는 말에 주린 배를 잠시 다독거려 보기로 결정해 본다.


로뎀가든 내부, 우도, 제주도



그렇게 우도에 입도하여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로뎀가든'.
꼭 작년 이맘 때 심한 풍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여 '새해'를 맞이해야만 했던 우도.
     당시 3일간 머물렀던 '로뎀펜션'의 1층에 위치한 음식점이다.

이제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된 (예기치 못한 상황이어서 당시에는 정말 아찔했었다) 작년의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이런 모습의 내부가 아니었기에 '반가움'보다 '생소함'이 앞선다.

   자리를 잡고 앉아 내부를 스~윽 둘러 보니 점심시간을 한참 지났음에도 손님으로 가득.

"오...이 집 장사 좀 되는데?"



한치주물럭을 주문했을 때의 기본차림,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한치주물럭과 기본차림이 테이블을 채운다. 
밑반찬의 내용은 그때 그때 다를테지만 기본적으로 5가지 정도가 제공되는 듯 하다.
그 중 명품으로 평가받는 '우도 땅콩'과 함께 볶아진 멸치무리들에 눈길이 간다.


로뎀가든의 별미인 한치주물럭, 우도, 제주도


로뎀가든의 별미인 한치주물럭, 우도, 제주도



메인 메뉴인 한치주물럭의 첫 인상이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일단 먹음직스럽다.
 자고로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법~!
적당히 벌겋게 버무려진 내용물과 흰 떡, 그리고 색동 저고리같은 야채들이 정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푸짐하다.
여기서의 푸짐함이란 '한치'가 제법 많이 들어 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치의 두께 역시 꽤 두툼하다. 

사실 한치 주물럭에 '한치'가 많이 들어 가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일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가게의 정직성에 고개를 절로 끄덕거려 본다.

(실제로 한치주물럭을 주문하고 양파주물럭을 먹었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로뎀가든의 별미인 한치주물럭, 우도, 제주도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하얀 연기와 함께 '지글지글' 익어간 '사랑스러운' 한치를 한 점 집어 본다.

맛...맛있다.

두툼하기에 꽉 찬 씹는 맛은 기본~!
한치 특유의 부드러움과 쫄깃함, 그리고 감칠 맛이 입안 가득 전달되어져 온다.

또한 한치 맛을 훼손시키지 않을 만큼 적당하게 배어 있는 양념 역시 일품~!

'에효...'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껏 먹어 왔던 한치주물럭은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화장실은 이쪽으로 가세요'의 제주방언 칫간 영 갑서양,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소리도 없이 게걸스럽게 한치주물럭을 싹 다 비우고 나니 
뱃 속에선 만족스러운 비명이 들려 온다.

"오케이...잘 먹었네...그럼 슬슬 일어 나자구~!"

"안다님...아직 아직입니다...이제부터 본게임인데요..."

"오잉?...본게임???"

"네, 지금부터 한라산을 드실 시간입니다~!"

"한...한라산을...먹는다구?"



한치주물럭을 구웠던 판 위에 밥을 볶는 장면,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한치 주물럭을 구웠던 판 위에 밥을 볶는 모습,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잠시 후, 한치주물럭을 구웠던 판 위에서 '밥'이 볶아 지기 시작한다.

     능숙한 수저의 움직임에 따라 밥알들이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모습이 꽤 볼만하다.

"오...한치 주물럭의 양념에 밥을 볶아 주는 모양이군.
그런데 한라산을 먹어야 한다는 건 무슨 뜻이야?"

"이 볶음밥의 이름이 한라산 볶음밥입니다..."

그저 묵묵히 수저의 움직임만을 조율하던 '사내'의 입으로부터 
갑자기 '한라산 볶음밥'이라는 단어가 들려 온다.

"안녕하세요, 안다님...제가 이 가게의 사장입니다.
지금부터 한라산을 드시게 된다는 일행 분의 말을 곧 이해하실 겁니다~"  

"아...네에..네..."


한라산 볶음밥을 만들어 가는 과정,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한라산의 초기 단계가 완성된 모습,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예전에 제주도가 만들어졌던 과정은요..."

볶음밥이 변해가는 과정을 '제주도'의 생성과정과 화산활동에 연결지어 차분히 설명해 주는 사내. 아니, 로뎀가든 사장님.

꽤 해박하고 자세한 내용에 구수한 말투까지 곁들여지니 '한라산 볶음밥'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런 식의 고객응대 방식은 엉성한 여행자 같은 여행자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자들에게도 무척 유익할 듯 하다.

'끄덕끄덕...'

'지인이 그토록 이 집을 극찬하던 이유가 다 있었군...'

그러던 사이 한라산의 초기 단계가 완성되었다.



한라산 분화구인 백록담이 만들어지는 순간,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그리고 이렇게 한라산이 분화하면서 분화구가 생겼습니다.
그것이 바로 백록담이지요..."

설명을 들어 가며 눈은 수저의 움직임을 쫓아 가는 사이 한라산 볶음밥은 분화구를 가지게 되었다.

자...그 다음은 어떤 과정이 펼쳐질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 움직임을 지켜 본다.



한라산 볶음밥위에 더해 질 계란을 푸는 과정,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따각따각...따각따각..."

사실 로뎀가든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인사를 해 온 것은 
가게의 여기저기서 동시에 들려 오는 '따각'거림이었다.

당시에는 별 신경 쓰지 않았기에 무심코 넘겼는데
알고 보니 그 소리의 정체는 바로 밥공기에서 달걀을 풀어 나가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게 자세히 들어 보니 '규칙적인 운율'이 있다.

"따각따각...딱따각...따각따각...딱따각"

그 소리가 마침 한라산 볶음밥을 만들고 있던 이웃테이블의 따각거림과 맞물려
묘한 화음(그러나 듣기는 좋은)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어때요? 듣기 괜찮으신가요?...운율을 맞추기 위해 신경 좀 썼지요.
제가 이래 뵈도 전공이 국악입니다요..."

볶음밥을 위한 달걀을 풀 때도 '운율'까지 신경쓰는 로뎀가든에...두손 들었습니다~!!!
 


한라산 볶음밥의 완성을 위해선 풀어진 계란을 부어야 한다,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계란이 부어진 한라산 볶음밥,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그렇게 '세심한 배려'하에 풀어진 달걀은 곧 한라산볶음밥 위로 투하~!

묽어진 계란이 밥 주위로 퍼져 간다. 
이것이 곧 화산폭발 후의 제주도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란다.

"이대로 계란이 익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요?"

"아니요...아직입니다...잠시만요."



완성된 한라산 볶음밥,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이어지는 과정은 현무암을 형상화한 김가루를 뿌리는 것.

그리고 제주도가 되어 버린 볶음밥 옆으로 계란 한방울을 떨어 뜨려 '우도'를 만들어내면
한라산 볶음밥이 드디어 완성~!!!

"오~오~정말 그럴듯 하군요~!
게다가...엄청 맛있어 보입니다~!"



완성된 한라산 볶음밥,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먹을 때는 계란쪽으로 수저를 밀어 넣으면 된다, 로뎀가든, 우도, 제주도



"드실 때는 계란쪽부터 수저를 밀어 넣으세요~!!"
먹는 방식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한라산 볶음밥.

알려준 방식 그대로 한라산 볶음밥을 한 수저 입안으로 가져가 본다.

맛있다...그것도 매우...

"에효...에효..."
다시 한번 한숨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지금까지 먹어 왔던 볶음밥들은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로뎀가든에서 판매하고 있는 우도의 명물 땅콩, 제주도



바닥까지 싹싹 끍어서 한라산볶음밥을 다 먹은 후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후식 삼아 먹을 우도명물인 '땅콩(그것도 햇땅콩이다!)'을 하나 집어 들고 로뎀가든을 나섰다.

차에 오르며 맛난 음식 먹이기 위해 로뎀가든으로 안내해 준 지인에게는 진심 어린 고마움을 표시했다.

"배고픔을 충분히 참을 가치가 있는 우도 맛집이었어...땡큐~!" 

사실 이번 제주여행에서 '상고대'가 활짝 핀 1100고지에 들러 사진을 찍고 '한라산'을 둘러 볼 참이었다.
하지만 날씨와 제반여건이 마땅치 않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다.
한라산에 오르는 대신 우도에서 '한라산'을 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맛과 재미...그리고 아이디어를 한번에 해결한 로뎀가든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안다의 제주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로뎀가든에서 먹은 한치주물럭, 우도, 제주도



로뎀가든에서 먹은 한라산볶음밥, 우도, 제주도


원문출처 : http://shlim1219.tistory.com/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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