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형제님의 승선 실습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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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9 , 조회 (515)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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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도 근해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의 해난사고에 마음 아프다.

온국민이 트라우마에 깊은 신음소리가 들려오는듯.

예전 선원으로 승무했던 경력의 내겐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학 3학년때 1973년 실습차 승선한 탱커선 갤럭시호를 꼬박 일년 승선했다.

그때 경험헸던 승선수기를 대학 동기 카페에 올린적이 있었는데

그 중 마지막회에 충돌사고를 경험한 내용이 있어 여기에 실어 본다.

객선이 아닌 상선선원이었지만

우리는 배와 운명을 같이할정도의 직업의식이 살아 있었던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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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전의 실습승선을 수기로 담을 수 있게 해준 나의 해묵은 노트에는

아직 또 하나의 스토리가 있었다.

부식비로 야기된 폭력사건이일어 나기 한참 전

원유를 만선 적재하고 일본에 입항하던 본선 갤럭시가

요꼬하마를 출항하고 나오던 2만톤급 화물선과 충돌하였다. 

일본 선원으로부터 이배를 인수받은지 1년이넘어 이번 일본 기항과 함께

만기휴가를 맞는 3항사 타수등 몇몇 선원을 위한 위로 송별회를 갖기도 하였다. 데이워크와 오일러 당직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나는

1기사당직으로 선내 업무가 바뀌었다.

일본 카이난(海南)에 입항하기 전날 저녁 당직이었다.

1기사는 4킬로용 스팀감압변이 말을 잘듣지않는 다고

보일러실 상단에 올라가있어 때마침 콘트롤 룸에는 나 혼자

계기를 지켜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쿵”하면서 의자에 앉아 있다가

넘어 질뻔한 충격을 느꼈다.

무슨일인가 하고 어리둥절 해 있는 판에,

이번에는 먼저 보다 조금 가볍게 그러나 의자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

다시한번 “쿵”하는 충격음이 들려왔다.

나는 깜짝놀라 혹시 피스톤 봉이라도 부러진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예상까지 하면서 콘트롤 문을 열고 나가서

엔진음에 귀를 기울였다.

각부의 압력 온도도 정상이었고 엔진음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이었다.

그때 요란한 텔레그라프의 신호가 울려왔다.

즉시 주기 조종대로 달려 오자 브릿지로부터 텔레그라프 신호가

비상정지(Wrong Stop)에 와 있었다.

항내에서 엔진을 사용할때에는 Wrong이 없는

Stop위치이지만 틀림없는 비상정지용 Wrong Stop 이었다.

일기사가 엔진 조종대에 오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나는 주저함 없이 Ahead Full에서 스톱위치로 당기고

주기 연료 조정 핸들을 스톱위치로 옮겨 놓자

전속으로 달리던 만팔천 마력의 거대한 엔진은 “콰당탕” 하는

심한 폭발음과 함께 정지했다.

랜턴스페이스의 도어가 들썩 하더니

이상연소에 의한 시꺼먼 배기가스가 피어 올랐다.

1기사가 뛰어오고 기관장이 계단을 내려오며 ”충돌이다”고 고함을 쳤다.

스피커의 선내 방송에서 2항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돌입니다. 충돌입니다.

전선원은 라이프 쟈켓을 착용하고 각부서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약간의 허탈감같은 것을 느끼면서 내얼굴을 만져 보았다.

아직 내가 안전하게 보전되어있고

나의 생각과 행동이 정상이라는 것을 새삼확인하자

충돌에 대한 공포는 이내 사리지고 말았다.

그때 라이프쟈켓을 입은 기관부원들이

기관실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곤 문득내겐 라이프 쟈켓 없다는 사실에

일말의 불안감이 스쳐갔다.

그러나 일기사도 기관장도 맨 몸이었고

이 다급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내겐 라이프 쟈켓 열벌을 입은것보다

더 큰 믿음으로 나를 안정시켜 주었다.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고 엔진 재시동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시동공기 탱크의 밸브를 열면서

언젠가 기관장의 이야기 산호 바다의 좌초했던 경험을 기억해냈다. 

“ 엔진룸이 침수하기 시작하자 주해수 펌프, 빌지 소화펌프를 비상 빌지 배출로 작동을 바꾸어 놓고 기관부원도 그들이 몇 개월동안 일해왔던 기관실을 떠나 보트갑판으로 올라갔다. 아직선장은 “총원퇴선 본선포기”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사태는 이미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있었다. 기관실에는 일기사와 기관장만 남았다. “자네가 먼저 올라가게, 내 마지막으로 한바퀴둘러 보고 올라가겠네.” 일기사는 기관실의 침수가 몇대의 펌프로 퍼내는 빌지 용량보다 점점 많아져 하층 플로어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직도 스팀압력이 남아 있는 보일러의 대기 방출 발브를 열어 버리고는 둔탁한 걸음걸이로 갑판으로 올라갔다. 물이 점점 차올랐다. 기관장은 전화박스로 가서 선장에게 “기관실을 포기합니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선장의 “총원 퇴선준비”의 선내방송이 울려 퍼지고 기관장은 적당한 추진력을 가능한한 지속시킬수 있도록 엔진속도를 조절해 놓고는 핸들위에 손을 얹어놓고 한동한 그렇게 서 있었다.” 

점차 배는 안정을 찾았다.

충돌결과로 본선은 좌현 주갑판 플레이트가 충돌로 인해

외판과 함께 곡손을 입고 찌그러 올라 오면서 일부 균열도 발생 하였으나

다행히 본선의 피해는 심한 손상은 아니었다.

균열부위는 세멘트로 응급조치를 취하였다.

본선 데드웨이트 5만톤에 만재 상태였으니

바라스트의 2만톤 화물선과는 우선 무게로 보더라도

피해정도는 비교가 않되었다.

상대편 선박은 상당히 큰 손상을 입고

3분의1정도 선체가 기울어진 상태로 요꼬하마로 회항하였다.

유조선 선창 부분의 충돌시 가장 위험한 것은

화물유 탱크의 인화, 폭발이다.

또 하나 하물유의 해상유출이다.

인화 폭발이나 해상유출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간일발의 차로 대형사고가 날 공산이 충분히있는 해상사고였다.

충돌당시 수룡이의 증언은 

“말마라, 보트데크에 나갔는데 우리배보다 몇배나

더크게 보이는 브릿지가 내앞으로 달려오는게 아니겠나.

그냥 뒤로 물러서도 물러 설수없고

이젠 죽는가 싶은게 저절로 비명소리가 나더라”

하며 가벼운 몸서리를 쳤다. 

갑판장은 20년 배를 타면서 충돌은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이실습 일년동안 다른사람이 20년 배를 타면서

처음 겪었던 경험을 또 한가지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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