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은 양처럼 보였다 (by 박명희sr.)
복음이야기
2014-06-24 , 조회 (363) , 추천 (0) , 스크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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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이 나무 사이로 숨었다.

하나님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
아무런 방법도 대책도 없었다.

무서운 심판과 죽음, 그것이 있을 뿐이었다.

“너무 추워.”

참으려고 해도 저절로 신음소리가 나왔다.

애써 무화과나무 잎으로 만든 옷은 추위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추위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옷이 찢어질까 봐 조심해야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바뀔 수 있을까?

조금 전까지 우리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두려움도 없었다.

동산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자꾸만 나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없던 일이었다.

그랬다. 그동안 우리는 하나님을 보며 살았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을 볼 시간도, 필요도 없었다.

모든 동물은 땅을 보며 걷는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으로 지어진 우리 사람은 하늘을 보며 걷는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다른 동물들처럼 아래를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벌거벗은 것도 알게 되었다.

하나님만 보던 눈으로 나는 나 자신을 그리고 남편을 살피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다가 나는 머리를 저었다.

‘나는 무엇인가?’가 맞는 질문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편인 아담은 깊게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나를 보자마자

“이는 내 뼈 중에 뼈요 살 중의 살이로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여자woman>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남자man>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man에 wo를 붙인 것 그것이 나, 여자다. wo는 혼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wo 없는 man은 온전하지 않을 뿐이다. 내가 있으므로 남편은 온전했다. 내가 없다면 남편은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남편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직 man이 있어야만 비로소 wo는 존재한다.

나는 그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실패하고야 말았다.

그렇다. 문제는 내가 남편을 존중하지 않은데 있었다.

나는 결코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내 위치를 잊지 말아야 했다.

뱀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을 때 나는 단호하게 말했어야 했다.

“내 남편을 불러올게 기다려라.”

그랬다면 뱀은 감히 내게 더 이상 말을 시키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나는 악한 뱀과 대화를 나누고 말았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더러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뱀은 얼마나 간교하게 물었는가? 의문부호(?)는 마치 뱀이 일어나서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냐?”라고 묻는 모습과 같다.

참으로 그것은 함정이었다. 하나님 말씀을 의심하도록 만든 함정말이다.

뱀의 말은 내 혼을 점령했다. 생각과 감정과 의지를 점령했다.

나는 내 생각대로 판단해서 말했다.

“아니, 동산 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의 말씀에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우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지.”

어리석게도 나는 뱀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뱀의 생각에 서서히 중독되고 있다는 걸 몰랐다.그랬기 때문에 나는 그처럼 어리석게 하나님 말씀에 내 생각대로 의견을 살짝 붙여버린 것이다.

하나님은 ‘정녕 죽으리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죽을까 하노라.’고 말했다. 그뿐인가, 하나님은 먹으면 죽는다고 하셨는데 나는 만지지도 말라고 했다고 말을 보탰다. 사실 나는 그 지식의 나무를 볼 때마다 두려웠었다. 만지기만 해도 죽을 것 같았다.

뱀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너희가 결코 죽지 않아!“

라고 단언했다.

“왜 하나님이 지식의 나무 열매를 못 먹게 했는 줄 모르는 거야? 그건 바로 네가 그것을 먹으면 하나님과 같이 될 줄을 하나님이 아시기 때문이지. 너는 하나님처럼 지혜롭게 될 것이다.”

뱀의 말을 듣고 그 나무를 보니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했다. 그토록 만지기도 두려웠던 나무가 말이다.

내 감정에도 독이 퍼졌기 때문이다.

독은 내 의지까지 퍼졌다. 나는 그 열매를 따고 말았다. 그리고는 나도 먹고 남편에게도 주었다.

남편은 내가 따준 열매를 들고 고통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걸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잖은가. 우리는 이제 죽는 거야.’

그러나 그는 먹었다.

나는 안다. 남편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열매를 먹은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 그것은 너무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먹은 것이 내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포도를 먹었을 때, 포도는 내가 된다.

그러므로 그 열매는 내가 되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 그것이 내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 열매를 먹자 알게 되었다. 우리가 벌거벗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열매를 먹고 처음 한일은 무화과나무 잎으로 옷을 만든 일이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얼굴을 피하여 숨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찾아 오셨다. 오셔서 우리의 이름을 불렀다. 사람을 부르셨다. 아담은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아담아,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

그랬어야 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실 때, 우리가 어디 있는가 물으셨을 때, 우리는 즉시 죄를 자백했어야 했다.

“그 지식의 나무 열매를 따먹었습니다.”

그러나 아담은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라고 대답했다.

하나님은 다시 물으셨다.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고하였느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한 실과를 네가 먹었느냐?”

아아, 그때라도 “예, 하나님 제가 그것을 먹었습니다.”라고 정직하게 대답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담은 책임을 나에게 돌렸다. 아니 하나님을 비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하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실과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습니다.”

남편은 이렇게 말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다. 하나님, 당신이 주신 여자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당신이 내게 여자를 주셨기 때문에 그 여자가 내게 주었고 그 여자가 주었기 때문에 내가 먹었습니다.“

얼마나 악한 답변인가?

하지만 하나님은 남편을 꾸짖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나를 보며 물으셨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나 또한 솔직하게 죄를 자백하지 않았다. 자백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나도 악하였다.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하나님은 나도 꾸짖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얼굴을 뱀에게 돌리셨다. 하지만 뱀에게는 “네가 왜 그렇게 했느냐?”고 묻지 않으셨다. 아무 것도 묻지 않으셨다.

우리에게는

“네가 어디 있느냐?”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고하였느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한 실과를 네가 먹었느냐?”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하고 물으셨지만, 뱀에게는 다만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육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종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

고 심판하셨다.

이제 뱀은 배로 기어야 한다. 하나님은 뱀에게 땅의 영역에서만 움직이도록 제한하셨다. 또한 종신토록 흙을 먹도록 제한하셨다. 흙이 뱀 곧 사탄의 음식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서 하나님은 정말 놀라운 말씀을 선포하셨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희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라.”

남편이 내 손을 꽉 잡았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죽음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나님은 내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한다고 말씀하시고 계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찾아오신 것이 아닌가!

그래. 그러고 보면 하나님은 질문하시면서 우리의 마음을 만지고 계셨다.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구원을 예비하고 계셨다.

그러나 또한 타락한 우리에게 고난도 예비하셨다.

타락하는데 앞장선 내게 하나님은 ‘해산하는 고통과 남편을 사모하며 남편이 나를 다스리는 것’을 고난으로 주셨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땅이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므로 고난받고 수고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남편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했다.

“아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멸망이 아니라 단지 고난이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주고 계신 거요.”

그러면서 남편은 내 이름을 하와라고 불렀다. 하와란 <살다>라는 뜻이었다.

“하와, 당신은 죽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살 것이다!”

나는 남편만큼 기뻐할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놀라운 약속을 선포하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곧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하나님께 감사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양가죽 옷을 지어 입혀 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 앞에서 양을 죽이셨다.

남편이 감격으로 몸을 떨면서 말했다.

“하와, 우리는 타락했고, 죄를 범했고, 하나님의 금지하심을 어겼기 때문에 우리의 피가 흘려져야 했소.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죽이지 않으시고 이 양을 죽이는 구려. 우리 대신 저 양들이 피를 흘렸소. 저 양들은 우리의 대치물이요!”

양이 죄로 죽어야 할 우리를 대신해서 피를 흘리고 죽었다.

그리고 그 양가죽으로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혀주셨다.

양털가죽 옷을 입은 남편은 양처럼 보였다. 나 또한 그렇게 양처럼 보일 것이다.

여자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을 받고, 그분으로 옷 입은 사람들이 예수처럼 보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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