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상현실 기기 ‘기어VR’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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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4 , 조회 (2276)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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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독일 현지시각으로 9월3일 제품발표회를 열었다. 베를린의 ‘국제가전박람회(IFA) 2014′에 앞서 개최한 행사로, 현장에서는 새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 ‘와 ‘갤럭시엣지’가 소개됐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외에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 이벤트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가상현실 기기 ‘기어VR’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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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인치 화면으로 보는 가상현실

기어VR는 헬멧처럼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다. 눈 바로 앞에 화면을 두고, 렌즈로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가로로 놓이는 화면은 중앙을 반으로 나눠 서로 다른 2개의 화면을 보여주는데, 3D 효과를 위해 오른쪽과 왼쪽 눈에 각기 다른 영상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를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의 3D 기술이라고 부른다. 화면분할은 기어VR 속에 내장된 2개의 렌즈가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기어VR를 우선 새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와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기어VR의 거치대에 갤럭시노트4를 가로로 끼우고 머리에 쓰면 된다. 갤럭시노트4의 화면 크기는 5.7인치, 해상도는 2560×1440이다. 말하자면, 갤럭시노트4를 끼운 기어VR를 머리에 쓰면 바로 눈앞에서 5.7인치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그것도 스테레오3D로 말이다.

기어VR의 특징을 보자면, 떠오르는 다른 제품이 있다. 지난 2013년 처음 세상에 공개된 ‘오큘러스 리프트’다. 삼성전자의 기어VR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한 업체 오큘러스VR와 함께 만든 제품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가 오큘러스VR과 비밀스러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는데, 두 업체는 IFA 2014현장에서 결과물을 보여준 셈이다.

만듦새도 퍽 훌륭하다. 눈이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은 완충재를 붙여 세심하게 신경 썼고, 기기가 위아래로 흔들리지 않도록 이마가 닿는 부분에 고정장치를 달았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달리 제품 전체는 흰색으로 칠했다. 앞면은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제작했고,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뚜껑을 열고, 갤럭시노트4를 끼우는 구조다. 기어VR의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겨울이 오기 전에 기어VR를 정식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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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노림수, ‘하드웨어 플랫폼’

삼성전자가 실제 상용 제품도 없고 아직 스타트업이나 다름없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손을 잡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기어VR 공개 행사도 퍽 흥미롭게 진행됐다. 무대에 게임 개발자 존 카멕이 등장한 덕분이다. 존 카멕은 1992년 일인칭슈팅(FPS)게임의 원조로 평가받는 ‘울펜슈타인 3D’를 개발한 인물이다. 이듬해에는 그 유명한 게임 ‘둠(DOOM)’을 내놓아 게임 개발판에서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이기도 하다. 존 카멕이 원래 몸을 담고 있던 게임 개발업체 이드(id)소프트웨어를 떠나 오큘러스VR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된 것은 지난 2013년 8월. 미국의 작은 스타트업 오큘러스VR는 지난 3월 페이스북에 인수되는 ‘깜짝쇼’를 선보인 이후 반년 만에 삼성전자와 가장 큰 쇼를 연출한 셈이다.

오큘러스VR와 협력하기로 한 삼성전자의 전략은 앞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대략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삼성전자도 가상현실 기기 시장에 발을 내밀 수 있게 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현실 기기와 콘텐츠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 마지막 하나는 삼성전자의 선택으로 가상현실 기기와 콘텐츠 시장이 몇 걸음 빨리 현실로 가다올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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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VR’을 쓴 존 카멕 오큘러스VR CTO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은 오큘러스VR가 지펴놓은 가상현실 기기 시장에 삼성전자도 발빠르게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오큘러스VR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공개하고 1년 뒤, 소니는 ‘모피어스’라는 가상현실 기기 시제품을 내놓았다. 구글도 지난 6월 개최한 개발자 행사 ‘구글 I/O 14′에서 ‘카드보드’를 소개했다. 오큘러스VR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해 가상현실 체험 기기의 현실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 같은 번뜩이는 아이디는 전세계 기술 업체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전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빨리 실제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업체가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점도 있다. 아직 가상현실 기기 시장은 봉오리 단계라는 점이다. 열매는커녕 꽃도 아직 피지 않았다. 가상현실 기기로 즐길 수 있는 영상이나 게임 콘텐츠가 전무한 지금, 삼성전자가 거두게 될 과실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플랫폼’이라는 명예다.

오큘러스VR가 공개된 이후 전세계 적잖은 개발자가 관련 콘텐츠를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콘텐츠를 얹을 명확한 하드웨어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 대부분은 오큘러스VR가 내놓은 시제품을 구입해 연구하는 것이 고작인 것이 현실이었다. 기어VR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앞으로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상용 제품을 소개한 덕분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구조를 기존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제품에 내장하는 방식이 아닌 스마트폰을 끼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개발자에게 좋은 점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선택은 순식간에 전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가상현실 콘텐츠의 플랫폼으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존 오큘러스 리프트와 비교해 화면 성능이 나아졌다는 점도 환영할만하다. 갤럭시노트4는 5.7인치에 해상도가 무려 2560×1440이다. 5인치에 1920×1080 해상도가 고작이었던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버전과 비교해 더 나은 영상 품질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가상현실 기기용 영상, 게임 콘텐츠 개발자는 앞으로 기어VR를 바탕으로 콘텐츠 개발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뒤에 서서 개발자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덕분에 가상현실 기기 시장과 콘텐츠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의 카드보드는 장난감 수준이었고, 소니는 아직 모피어스의 실제 버전을 공개하지 않았다. 오큘러스VR도 2개의 개발자 버전을 팔고는 있지만, 상용 제품 출시 계획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가상현실 콘텐츠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기어VR는 이 시기를 앞당길 능력을 갖췄다. 개발자는 갤럭시노트4 화면 크기와 해상도에 맞춘 가상현실용 게임을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개발하면 그만이다. 앞으로는 구글플레이에서 누구나 가상현실 기기용 콘텐츠를 내려받고,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05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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